쌀피자 속 가루쌀은 1.5%뿐…밀가루 범벅인 쌀 가공식품

대부분 제품 가루쌀 함유량 10%대 이하…밀가루·감자전분이 더 많아
농식품부 "소비자 취향 고려해야…제품 맛과 식감 등 위해"

가루쌀로 만든 빵.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시중에 유통되는 가루쌀 가공식품의 쌀가루 함유량이 10% 미만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입에 의존하는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가루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개발되는 제품은 대부분 밀가루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40억 원을 투입해 식품기업, 지역제과점 등과 가루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25억 원에서 15억 원 증액된 것으로 업체당 최대 3억 원을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가루쌀은 단단함 정도가 일반 멥쌀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바로 빻아 가루를 생산하기 때문에 습식 제분을 하는 일반 멥쌀 제분 비용의 절반 수준이면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다.

더욱이 바로미2 쌀가루는 매우 곱고 손상 전분 함량이 낮아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올해 식품·외식업체 30개 사에서 가루쌀 제품 111종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하림산업, 삼양, SPC삼립, 농협 등에서 쌀라면, 가루쌀빵, 과자 등을 출시했다. 또 사조동아원 등에서는 부침가루, 튀김가루, 샘표식품에서는 고추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출시된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밀을 대체하기 위한 가루쌀이 되려 밀가루를 보조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림에서 출시한 얼큰닭육수 쌀라면은 면에 쌀 함유량이 11.5%, 삼양이 개발한 별미(米)볶음면은 쌀 함유량이 13%에 불과하다. SPC삼립에서 출시한 가루쌀 미(米)식빵은 쌀 함유량이 7.35%, 농협의 쌀로팝은 7.77%다.

피자알볼로가 쌀가루를 사용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쌀도우는 함유량이 1.5%로 대부분이 밀가루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10%에 미치지 못하는 쌀 함유량에도 밀가루가 함유되지 않았다는 듯이 홍보하고 있다. 한 제품은 가루쌀로 만들어 글루텐으로 인한 소화불량이 없다고 홍보했지만 이 제품은 10%가량의 가루쌀만 포함했을 뿐, 밀가루와 감자전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가루쌀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제품명 등에 쌀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제품 앞면에 성분함량표를 명시하면 법적으로 위반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 대부분이 앞면에 쌀가루 함유량을 명시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밀가루 함유량을 명시하지 않았다.

직장인 김 모 씨(33)는 "제품명에 쌀이 적혀있다면 50% 이상의 함유량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0% 정도라면 쌀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가루쌀 육성을 위해 지난해 kg당 2470원에 수매해 업체에 kg당 1000원에 공급했다. 당초 1500원으로 공급가가 결정됐지만 업계에서 밀가루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조정해달라는 요청에 지난 3월부터 1000원으로 인하해 공급하고 있다.

가루쌀 생산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정부는 올해 4만 톤을 수매할 계획이다. 수매가와 공급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560억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품종으로 초기 안착이 중요하다"며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취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품의 식감과 맛 등을 위해 쌀가루보다는 밀가루 함유량이 많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