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헌법소원 도화선 된 50인 미만 적용…22대 국회서도 유예는 난망

중소기업계, 헌재에 중처법 위헌 헌법소원심판 청구
여야 지형변화 따라 영향…민주당 수용 가능성은 낮아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적용 중인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처법)과 관련, 중소기업계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1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이 확대 시행에 들어간 후에도 '적용 유예'를 두고 여야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21대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중소기업계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지금도 새로 구성될 국회를 향해 줄곧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2일 중소기업계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관련 협·단체들은 전날(1일) 헌재에 중처법은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법을 지켜보겠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유예를 외쳤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심판을 통해서라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들,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청구 취지를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리 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은 반드시 위헌결정되길 바란다"며 "중대재해는 고의가 아닌 과실인데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정해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 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적용 유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21대 국회의 손은 떠났지만,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심판과는 별개로 새로 구성될 22대 국회를 향해 거듭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여야 협의 불발로 이번 국회에서는 법 시행을 미루지는 못했지만, 다음 국회에서 반드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법 확대·시행 후(지난 1월 27일)에도 여야가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갈 만큼 이견을 좁혔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국회 법안 처리 마지노선이던 지난 2월 1일 열린 본회의에서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거의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

민주당이 그동안 적용 유예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산업안전보건지원청(산안청) 설치'를 당정이 받기로 한 것으로, 대통령실에서도 '산안청 설치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내건 요구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결국 '적용 유예'는 끌어내지 못했다.

당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법안이 이미 시행된 이후에 다시 멈춘다는 것은 원칙적이지 않다는 게 가장 컸다"고 이유를 밝혔다.

새로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는 여야의 지형 변화에 따라 개정안의 운명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당 체제의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앞선 홍 원내대표의 언급처럼 '법 시행 후 다시 멈춤은 원칙이 아니다'라고 밝힌 상황에서 새 국회에서도 타협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이미 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적용 유예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지금은 법 제도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더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