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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기도하는 남자' 믿음과 보편적 딜레마 사이에서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20-02-20 16:49 송고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뉴스1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뉴스1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뉴스1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뉴스1
십자가를 바라보는 태욱(박혁권 분)은 극한 상황이 닥칠수록 점차 표정이 변하다가, 이내 십자가를 내치기에 이른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감독 강동헌)는 지독한 경제난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개척교회 목사라는 주인공을 통해 풀어내 문제작으로도 언급됐다. 그러나 영화는 종교 소재보다는 경제난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내는 데 집중했다.

'기도하는 남자'는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태욱은 설상가상 아내 정인(류현경 분)으로부터 장모(남기애 분)의 수술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각기 다른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은 믿음에 어긋나는 상상 속에서 가장 처절한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강동헌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상영된 바 있다.
영화는 옷이 벗겨진 채 거친 황무지를 맨발로 걸어가는 태욱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태욱과 정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상황이 끊임없이 자신들을 괴롭게 하자, 돈을 모으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도 생각한다. 하지만 원하는 돈은 결코 쉽게 모이지 않는다. 두 사람의 근본적인 '믿음'을 흔드는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질 뿐이고, 두 사람은 결국 거듭된 선택의 순간에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고난 속에서도 두 사람은 뜻하지 않은 운으로 가정은 지켜낸다. 하지만 이 모습이 과연 신의 뜻이자 행복인 것인지 의문점을 남긴다. 또한 태욱이 개척교회를 운영하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가족들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이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는 두 사람을 극도의 힘든 순간까지 몰아넣는데, 종교인이 스스로의 믿음과 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저질러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이는 영화의 엔딩 장면으로도 표현, 태욱의 모습이 이율배반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강 감독은 "돈이면 다 된다는 세상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했다"며 "보편적인 딜레마라 생각했고, 특정 분들(종교)를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영화 속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더불어 시련 속에서 점차 극단으로 치닿는 태욱의 심리를 표현한 박혁권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특히 맨 몸으로 황무지를 걷는 태욱의 처절함을 넋이 나간 듯한 표정과 삶의 고난이 느껴지는 몸으로 표현해 집중력을 더욱 높였다. 더불어 류현경은 거듭된 경제난이 익숙해진 정인의 담담한 표정과 말투로 선보여 현실감을 더한다. 러닝타임 95분. 20일 개봉.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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