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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트럭 '기회의 땅' 유럽…현대차 '엑시언트' 질주 시동

[수소시대 상용차가 연다④]최근 스위스에 합작법인…내연차 규제 속 영향력 ↑
美 커민스와'맞손' 수소연료전지 공동개발…완성차 넘어 발전분야도 본격 '노크'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2019-12-16 06:30 송고 | 2019-12-16 09:43 최종수정
편집자주 민·관이 수소경제 시대 진입의 마중물로 상용차를 택했다. 자동차는 물론 발전 등 전 부문에서 활용도가 높은 수소 에너지가 널리 사용되려면 효용성을 증명해야한다. 상용차는 적재용량이 크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전기 배터리 차량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높다. 여기에 고정 노선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충전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공급만하면 활용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상용차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5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2회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현대자동차의 수소 전용 대형 트럭 콘셉트 '넵튠(Neptune)'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뉴스1
5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2회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현대자동차의 수소 전용 대형 트럭 콘셉트 '넵튠(Neptune)'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뉴스1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경제라는 신사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미래전략 로드맵인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을 공개하며 한 말이다.
이 전략은 완성차, 선박, 철도 등 운송분야는 물론 전력 생산·저장 등 발전분야까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사업을 의미한다. 단순히 내수에서 수소대중화의 물꼬를 트는 것을 넘어 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적은 플랜이 담겨 있다.

◇유럽 '환경규제'강화…장거리 물류 '경제성' 측면 수소트럭 경쟁력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투싼 FCEV'를 선보였지만 국내에선 인프라가 없어 유럽에서만 판매를 지속해 왔다. 현재는 '넥쏘'의 판매를 이어가며 유럽 내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유럽은 수소상용차 부분에서도 기회의 땅 중 하나다. 특히 유럽 주요국이 내연 기관 트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다. 상용차 판매는 물론 핵심부품 공급까지 가능해서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는 대형 디젤 트럭에 주행세를 부과하거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트럭의 운행 제한 지역을 두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중량 3.5톤 이상의 화물차에 대해 주행세를 부과하는 대신 수소전기 및 배터리전기 트럭 주행세는 면제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상용차에 대한 환경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7.5톤 이상 대형트럭에 대해 이상화탄소(CO2) 배출량을 2021년 대비 2025년에 15%, 2031년에는 30% 저감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또 2021년부터 CO2 배출량이 95g/㎞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수소트럭 등 친환경 상용차의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현대차는 지난 9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 Energy'(이하 H2E)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공식 출범하며 유럽 수소상용차 시장 문을 벌써부터 두드리고 있다. 합작법인은 2025년까지 스위스 상용차 수요처에 1600대 규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공급할 방침이다.

공급될 수소전기 대형트럭은 '엑시언트'를 기반으로 유럽 현지 법규에 맞춰 개발됐다. 신형 수소연료전지시스템 2개가 병렬로 연결된 190㎾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탑재해 약 35㎏의 수소 저장 용량을 갖춰 1회 충전 시 약 400㎞의 주행이 가능하다.

스외스 외에도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국가들과의 파트너십도 구축할 계획이다. 트럭을 활용한 물류 장거리 이동이 많은 유럽 대륙 특성상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상용차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공급뿐 아니라 친환경 수소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스위스 괴스겐 소재 수력발전소는 올해 연말부터 수력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에 필요한 수소가 생산된다.

이미 유럽 내에서도 이 같은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0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 상용차 박람회 '솔트랜스'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 프로젝트는 2020 올해의 트럭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유럽 주요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스위스에서의 수소트럭 공급, 수소생산 등 수소 생태계 조성에 종합적으로 접근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커민스와 전략적 제휴…북미 상용차업체에 '친환경 파워트레인' 판매 전략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 9월 엔진·발전기 분야의 글로벌 선두 업체 미국 커민스와 수소연료전지 분야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친환경 상용차 시장 진출을 알렸다. 현대차는 커민스와 공동개발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반의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통해 북미 상용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전체 사업진행과 기술개발을 맡고, 현대모비스가 이를 생산한다. 커민스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 배터리, 모터, 수소탱크, 인버터, 컨버터 등 전동화 부품 등을 추가 장착한다. 이렇게 적용된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북미 지역 시내버스, 스쿨버스, 트럭 제조사 등 상용차 업체에 판매하는 사업구조다.

현재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전소 구축 비용 및 운영비를 국가에서 보조하고 있으며, 차량 구매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미국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민관협의체 'H2USA'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미국의 수소충전소는 최대 3300곳에 달하고, 최대 450만대의 수소전기차의 수소충전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픽=이진원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이진원 디자이너© News1

현대차도 커민스와 지속적인 협력으로 친환경 파워트레인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양사 브랜드를 함께 표기하는 방식의 공동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북미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양사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반 파워트레인을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의 백업 전력용 발전기로도 판매하기로 했다. 운송분야는 물론 발전분야에서도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청사진 'FCEV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지난 10월에는 '2019 북미 상용 전시회'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넵튠'을 최초 공개하며 북미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30년대 뉴욕 중앙철도 기관차에서 영감을 받은 유선형 디자인, 장거리 운전자 맞춤식 실내 공간 구성 등이 특징이다. 

◇ 국내선 '수소전기버스' 본격 상용화…정부, R&D 지원 등 필요 

유럽과 북미 등에서 수소전기트럭을 필두로 상용차 시장 선점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수소전기버스를 통해 대중화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 10월 우진산전, 자일대우상용차, 에디슨모터스 등과 공동 MOU를 체결, 국내 버스 제작사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공급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 중소·중견 업체가 수소전기버스를 자체 제작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수소전기버스 대중화를 목적으로 서울 시내버스를 비롯한 전국 7곳의 도시 시내버스 노선에 수소전기버스를 투입하는 시범사업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전국 8곳의 도시를 시작으로 수소전기버스 공급도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부산, 창원 등에 8대의 민간 수소전기버스가 공급됐으며, 서울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7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오는 2021년부터는 전체 경찰 버스를 수소전기버스로 대체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서울과 울산시에 시범 보급된 수소전기버스(현대차 제공)© 뉴스1
서울과 울산시에 시범 보급된 수소전기버스(현대차 제공)© 뉴스1

이처럼 현대차가 국내외 수소 상용차 대중화의 다양한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유럽 및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개별기업의 기술개발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지원 전략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최초의 수소차 양산, 친환경 상용차를 개발·운영하는 것은 사실이나 개별 회사의 기술력만으로는 정상궤도 진입하기에 역부족"이라며 "당장은 출혈이 될 수 있으나 해외 R&D 비용을 지원하거나 해외 판매 시 국내처럼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생산·판매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하기 전까지만이라도 수출용 차량에 대해 확실한 지원책을 준다면 기술력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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