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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發 '데이터 속국'…'데이터 3법' 좌초 위기에 산업계 부글부글

데이터 3법 상임위 문턱 못넘어 29일 본회의 상정 여부 불투명
통과 불발시 선진국과 데이터·인공지능 격차 심화 우려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9-11-27 12:20 송고 | 2019-11-27 13:36 최종수정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6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데이터3법 입법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19.11.26/뉴스1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6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데이터3법 입법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19.11.26/뉴스1

"미국·중국·일본은 일찍 규제를 풀어서 앞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데이터 3법이 국회에 묶여있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혁신벤처단체협의회)
"세계는 날고 뛰고 있는데 우리는 눈치를 보며 걷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첫 관문인 '데이터 3법'이 국회의 늦장 대응에 파기될 위기에 놓이자 산업계 곳곳에서 성토가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가 '데이터 경제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토로하고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 중 한 축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친다. 그나마 개인정보보호법 논의가 가장 진척이 빠르다. 나머지 두 법인 정보통신망법과 신용정보법은 각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황이다.
여야가 본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오는 29일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 불거진 여야 대립으로 단 한 차례도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하지 못했다. 정무위원회는 앞서 지난 21일과 25일 법안소위를 열었으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홀로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아 '만장일치' 관례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이 오는 29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할 경우 자동폐기 수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부턴 국회가 총선 정국에 들어가 사실상 휴지기에 돌입한다.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 이후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다간 데이터 3법이 해를 넘겨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데이터 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인데 이러한 원유 채굴을 막아 놓은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할 수 있는지 아득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각 당 대표 합의를 믿고 기다리고 있는데 처리가 안 되면 기업들은 어디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며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단순히 기업과 그 사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에 관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17개 벤처 관련 협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사이 경쟁국들은 데이터 경제를 적극 활성화해 각종 신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며 "연내에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빅데이터 경쟁에서 앞서 있는 선진국들과 우리나라 데이터산업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데이터 관련 유관기관들이 공동 주관하는 '2019 데이터 진흥주간'이지만 데이터 3법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데이터 산업계 인사들이 모여 한해 성과를 공유하고 노고를 격려하는 '데이터인의 밤' 행사장도 데이터 3법 통과를 촉구하는 '성토장'이 됐다.

조광원 데이터산업협회장은 "데이터 3법이 연내 통과되지 못하면 해외 선진국과 데이터·인공지능 산업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데이터 패권을 쥐기 위해 뛰고 날고 있는 거대 공룡 기업들의 속국이 되는 게 아닌가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기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은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아 데이터산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데이터 3법 통과와 함께 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합쳐 나가면 데이터 강국은 물론 데이터를 안전하게 잘 쓸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데이터 그랜드 콘퍼런스'에 참석한 국회 과방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데이터 전방위에 국가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도 이미 천명하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국회만 안하고 있다"며 "꾸지람받을 일이지만 데이터 3법은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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