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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증산하면 여유생산능력 급감…유가 급등 위험↑"

(런던 로이터=뉴스1) 양재상 기자 | 2018-06-13 03:38 송고 | 2018-06-13 06:44 최종수정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석유탱크.©로이터=News1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석유탱크.©로이터=News1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여타 산유국들이 다음주 회의에서 증산 결정을 내릴 경우, 석유 산업의 여유 생산능력은 적어도 30년 만에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12일(현지시간) 나왔다. 이 경우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급등 위험은 더 커진다.

여유 생산능력은 산유국들이 유사시 가용한 여분의 석유 생산 능력을 말한다. 천재지변이나 국가 갈등 등 예상치못한 공급 감소에 대비하는 세계 시장 내 완충 기능을 한다.
제퍼리즈는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OPEC 산유국들이 오는 22~23일 회의에서 증산 결정을 내릴 경우, 여유 생산용량은 현재의 3% 이상 수준에서 약 2%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퍼리즈의 제이슨 가멜 애널리스트는 세계 석유 수요가 일평균 1억배럴이라고 추산하며 "본질적으로 여유 생산용량은 일평균 320만배럴에서 일평균 200만배럴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여유 생산용량이 2% 아래 수준까지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년 동안 저유가가 이어져 신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OPEC의 실질적 대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주 회의에서 증산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사우디는 시장 내 공급 압박 가능성도 경계한다고 말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여유 생산용량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 2016년보다는 석유산업이 "더 나은 상황"에 있다고도 말했다.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지난해 1월부터 감산 조치를 이행해왔다. 유가를 끌어올리고 세계 과잉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부터 유가는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재고도 감소했다.

그러나 선진국 석유재고가 5년 평균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서 OPEC이 맞이하는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이탈리아 석유업체 에니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치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 더 이상 완충재고와 대규모 여유 생산능력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어떠한 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해도 유가가 급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유가는 올해 큰 변동을 맞은 바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뒤 신규 제재를 가할 것이라 밝히자 유가는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의 공급 감소도 우려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멜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년 동안은 재고 수준이 높아 시장이 정치 위험 고조에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 여유 생산능력 덕에 재고는 같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후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 OPEC 이란대표는 미국 제재로 석유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OPEC 회원국 중 사우디와 이라크 다음으로 가장 큰 산유량을 기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랫츠 글로벌 석유 전략가는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재고가 상당히 줄어든 데다 여유 생산능력도 저해됐을 경우" 유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유 생산능력의 정확한 수준은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0일 이내 증산이 가능하고 이후 유지가 가능한 산유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4월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은 일평균 347만배럴이다. 이중 사우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30일 이내 증산이 가능하고 90일간 유지가 가능한 산유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른 지난 1분기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은 일평균 191만배럴을 기록했다.

EIA의 기준에 따르면, 래피던 에너지그룹의 로버트 맥널리는 사우디, 러시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여유 생산용량 총합이 일평균 약 230만배럴이라고 밝혔다.

맥널리는 "이들 국가가 일평균 100만배럴 증산하면, 여유 생산능력은 일평균 130만배럴로 줄어든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 내 공급에 압박을 줄 수 있다"

한편, 사우디는 시추공을 옮겨 유정을 판 뒤 산유량을 일평균 1200만~1250만배럴까지 늘리는데 90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사우디의 산유량은 일평균 약 1000만배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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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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