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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 아닌 해방을 꿈꾼 영원한 여행자, 정강자를 만나다

"나는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나의 완성을 위해"
정강자 유작전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8-02-01 08:08 송고
정강자 '사하라(The Sahara)', 1989.© News1
정강자 '사하라(The Sahara)', 1989.© News1

"아프리카 여행은 나의 완성을 위한 도전의 일부분이다. 이제까지 나는 나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다. 비록 미완성으로 끝나겠지만 나는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나의 완성을 위해서."(정강자)

우리나라 1세대 여성 행위예술가이자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선구자, 정강자(1942~2017) 화백의 50년 작품세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31일부터 고(故) 정강자 화백의 첫 회고전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를 동시에 열고 작품 60여점을 선보였다.

정강자는 한국 초기 전위예술을 이끌고 평생 '한계의 극복'과 '해방', 몸을 벗어난 자유로운 정신'을 꿈꿨다.

그는 '청년작가연립전'(1967) 등 당시의 주류 미술에 대한 젊은 작가들의 도전을 응집한 기념비적 전시에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 '신전(新展)' 동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강자, '투명풍선과 누드'(왼쪽)와 '한강변의 타살'.© News1
정강자, '투명풍선과 누드'(왼쪽)와 '한강변의 타살'.© News1

1968년 강국진, 정찬승과 함께 서울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진행된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와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는 퍼포먼스 '한강변의 타살',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 등 기성문화계를 비판하는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작업을 선보였다.

당시 한 주간지의 '정강자양의 벗는 예술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그 멀쩡한 여자, 그 새파란 처녀가 칼을 든 '참가자'들에 의해 옷을 찢기고 끝내는 몽땅 벗기는 것이다. (중략) 어느 신문은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과 기사를 크게 다루면서 '이쯤되면 예술은 이미 끝났다'고 개탄했는가 하면 또 어떤 신문은 '우리 풍토에 그대로 들여와도 좋을까'라는 회의를 표시했다"며 '투명풍선과 누드' 전을 바라보는 따가운 사회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정강자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때를 떠올리며 "아주 심한 욕도 많이 들었다. 그해 한 신문에서 '발광상' 1위가 저, 2위에 윤복희가 뽑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970년 8월 첫번째 개인전 '무체전'(無體展)을 서울 소공동 국립공보관에서 열었지만 이틀 뒤 사회비판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철거를 당하게 된다.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전경.© News1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전경.© News1

이후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등 국가의 통제가 점점 심해지자 정강자는 활동을 거의 못하다 1977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대 초반에는 사하라 등 오지를 여행하며 받은 영감들을 작품에 녹이게 된다.

그는 "나는 그 메마르고 태양에 굽혀 버릴 것만 같은 황폐한 대지를 사랑한다. 대지 위엔 뜨거운 태양이 모두 태워버렸는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버얼건 벌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어디 그것뿐이랴 바오밥나무는 잎도 열매도 없는 가지만 뒤엉켜 있는 귀신 같은 나무인데 크기도 엄청났지만 그 큰 나무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것은 장관이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찾던 나의 환상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측은 "정강자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였음에도 실험미술에 대한 기여도가 연구되지 않고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에 대해 선정적인 시각을 감내하는 등 이중소외에 시달렸던 작가였다"면서 "50년 화업을 입체적으로 조명될 필요가 있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년 전부터 작가와 논의하며 준비한 전시지만 작가가 지난해 7월 암으로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정강자의 최초의 회고전이자 유작전이 됐다. 전시기간은 서울 2월25일, 천안 5월6일까지.

정강자, 홍익대 회화과 4학년 실습실에서, 1966(고 정강자 유족 제공).© News1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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