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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유가족 영정앞 털썩 오열…"제천 한달 만에" 분통(종합)

합동분향소 마련…70대 노모 딸 사진 앞서 주저앉아
유족 "제천 한 달만에…안전문제 신경써달라" 분통

(밀양=뉴스1) 권혜정 기자, 최동현 기자 | 2018-01-27 10:42 송고 | 2018-01-27 17:37 최종수정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엄마, 대답 좀 해봐, 엄마!" 
경상남도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37명의 합동분향소가 27일 오전 밀양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됐다. 

합동분향소 내부에는 이번 화재로 숨진 37명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모셔졌다. 이들 위로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홍준표 자유한국당대표 등이 보낸 조화도 곳곳에 자리했다. 

주말이고 이른 시간이라는 점 때문인지 합동분향소 정식 개소에 맞춰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유족이었다. 오전 10시 이후부터는 정치인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밀양시 내 부족한 장례식장으로 인해 미처 빈소를 마련하지 못했던 유가족들은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조문을 드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가장 처음으로 방명록에 이름을 올린 유가족 A씨는 "어머님이 이번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이 부족해) 빈소를 마련하지 못했었다"며 "이곳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고 해서 아침부터 왔다"고 말했다. 

A씨처럼 아침 일찍부터 세상을 떠난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오열하고 말았다. 이번 사고로 딸을 잃은 70대 노모는 딸의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털썩 주저 앉아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혹시나 쓰러질까 걱정하는 아들의 손을 뿌리치며 한참을 오열하던 노모는 "내 딸 내놔라, 내딸. 대체 무슨 일이냐"라고 외치다 결국 탈수 증상 등으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번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딸과 아들 역시 오전 9시에 맞춰 분향소를 찾았다. 상복을 입고 어머니 영정사진 앞에 선 딸은 "엄마, 엄마!"를 수없이 외치며 오열했다. 역시나 아내를 잃은 50대 남편은 "그 좋은 나이에 이게 뭐냐, 빨리 살려내라"며 "큰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그만 불이 나서…2층 사람들은 구하지도 않았다는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50대 두 딸도 영정사진에 국화꽃을 바치곤 마치 손에 잡힐까 손을 흔들며 "엄마, 엄마 대답 좀 해봐"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현재 합동분향소에는 조문을 마친 유가족 10여명이 자리한 상태다.이들은 분향소 내 설치된 몽골텐트에서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개소에 맞춰 이곳을 찾고 몽골텐트 등 합동분향소 곳곳을 살폈다. 

유가족 일부는 김 장관과 밀양시청 관계자 등에게 더딘 장례절차 문제를 이유로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족은 "시신도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데, 대체 뭐가 맞는건가"라며 "사건 발생 후 24시간이 다 지났는데, 한쪽에서는 시신도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장례를) 진행해도 된다고 하고, 빈소를 차려놓고 그냥 있으라는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족도 "어느 누가 병원에 와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본 적 있느냐"라며 "(병원에는) 안오고 여기 와서 사진이나 찍는 것이 말이 되느냐.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다 일부 유가족들은 기존의 장례식장으로 가겠다면서 분향소를 떠나기도 했다. 

한 유족은 김 장관에게 "정말 안전 문제에 대해 신경써줘야 한다"라며 "한달 전에도 제천에서 (화재가) 있었는데, 정부가 안전을 위해 실제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밀양문화체육회관은 총 1000명이 수용 가능한 곳으로, 현재 자원봉사자와 밀양시청 직원 등이 상주하고 있다. 시청 관계자는 "현재 인력 지원 계획은 40명이지만 980명의 전직원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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