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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속초해수욕장 밤의 이면…버려진 양심

자유로운 속초해변의 밤…남는건 쓰레기 뿐

(속초=뉴스1) 고재교 기자 | 2017-08-06 13:42 송고
지난 5일 밤 강원도 속초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연간 350만 명이 다녀가는 강원 속초해수욕장은 국내외 각지에서 피서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속초시는 명품해수욕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리가 어려운 야간에는 젊은이들만의 밤 문화가 형성돼 인근 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해수욕장의 밤

지난 5일 밤 본격 피서철인 주말을 맞아 강원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가족과 친구, 연인들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이날 저녁에는 '2017 속초 서머 브레이크'가 열려 초대가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한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피서객 대부분이 축제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여름밤의 피서를 즐기기 바빴다.

밤의 해수욕장은 젊은 청춘들로 가득했다. 여느 곳보다 활기를 띄었으며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화려한 폭죽이 터지기라도 하면 주변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고, 폭죽냄새와 술 냄새가 바닷바람에 섞여 해변을 가득 메웠다

밤 12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며 해수욕장 폐장 안내와 함께 폭죽놀이 금지와 쓰레기 분리배출을 당부하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해변에 울려 퍼졌다.
지난 5일 밤 강원도 속초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지난 5일 밤 강원도 속초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하지만 이미 흥에 취해 술판을 벌이는 관광객들과 폭죽놀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모여 앉은 곳으로 다가가 헌팅을 시도하고, 성공하면 합석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백사장에는 ‘치킨주문’이 적힌 팻말도 꽂혀 있었으며, 치킨을 양손가득 들고 ‘치킨이요 치킨’ 외치며 판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관광객이 외장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분위기를 끌어올리자 음악소리에 맞춰 주변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이튿날 새벽 1시. 아직 속초해변의 열기는 식지 않았고 리어카를 끌고 온 할머니들은 분리수거 하기에 한창이었다.

여전히 폭죽은 터지고 있었으며 한 관광객은 폭죽을 살 필요가 없겠다며 웃음을 지으며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정리하고 분리수거 후 귀가하는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해변은 여전히 술판이었다.

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간밤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간밤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날 밝은 곳곳엔 버려진 양심 뿐

날이 밝아오자 또 다른 관광객들이 속초해변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젊은 남녀들은 헤어짐이 아쉬운지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제 몫을 다한 폭죽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리수거 배출장소에는 이미 쓰레기들로 넘쳐났고 아주머니들이 병과 캔을 분리해 챙기고 있었다.

강화도에서 가족과 함께 관광 왔다는 남편 A씨는 “사진을 찍어도 배경에 쓰레기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면서 혀를 찼다.

부인 B씨는 “주차비를 받으면서 쓰레기봉투를 의무적으로 사게 한다거나 쓰레기를 반납하면 주차비 일부를 돌려주던가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쓰레기를 밟고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간밤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간밤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오전 7시. 시설공단 직원과 부업대학생들이 나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하루에 소모되는 쓰레기 마대(100L)는 100~150장 정도다.

오전 청소를 하는데 인원은 12~13명이 투입된다. 이들은 7시부터 해수욕장 일대를 청소하지만 8시부터 백사장에 파라솔을 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청소를 하던 A씨는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만 놔도 쉽게 수거할 수 있는데 널브러져 있으니 시간이 배로 든다”며 하소연했다.

청소를 지켜보던 관광객은 대학생들이 꼼꼼하게 청소를 할까 싶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속초시는 올해 불꽃놀이와 인근 숙박업체·노점사의 호객행위로 인한 관광지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합동 지도·단속하지만 관광객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계도하기 위한 방송과 자제요청 외에는 관광객들을 심하게 단속하기 어렵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간밤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간밤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8.6/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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