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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저물가 아닌데"…긴축모드 중앙은행들 딜레마

WSJ "결국엔 오른다는 예상 틀리면 신뢰 상할 것"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7-07-10 07:48 송고 | 2017-07-10 09:17 최종수정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 © AFP=뉴스1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 © AFP=뉴스1

올봄부터 뚜렷해지고 있는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에 대해 지난달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일시적인 국내적 변수'로 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며칠 뒤 '기술진보 혹은 인구 고령화가 세계적 저물가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저물가가 미국적 현상이란 옐런 의장의 설명은 지난달 27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의해서도 거부되었다. 드라기 총재는 당시 연설에서 "산출갭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가 역사적인 패턴에 기반해 예상하는 것보다 약하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20개국에서 지난 5월 인플레이션은 연율로 2016년 8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 하락의 대부분은 유가에서 나왔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유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다수 지역에서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긴축을 계획중인 중앙은행들은 저물가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융 위기 이후 취했던 이례적 초완화 정책을 거둬들일 계획인데, 저물가 때문에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성장이 가속화하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물가는 하락하는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 사이의 격차(산출갭)에 의해 나온다.

산출갭이 확대(축소)될 수록 인플레이션은 하락(상승)한다.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것은 경제가 미약하다는 징후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과열만큼 중앙은행들이 최대한 회피하고자 하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낮춰 가계와 기업의 대출과 지출을 촉진하며 수요를 부양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규모가 이를 공급할 수 있는 경제력의 한계에 근접하면 임금과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에도 최근 몇 년 동안 목표한 인플레이션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을 부양하고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인플레이션은 목표에 못 미쳤다. 

ING은행의 베르트 콜리진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중앙은행들이 (산출갭과 물가 사이) 관계를 정의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너무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한 국가의 저성장과 저물가가 다른 국가들의 물가를 제한하고 있다'는 국제적 변수를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수 년동안 물가 상승세가 미미해 성장 개선 징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임금을 높이려고 노력하거나 기업들이 판매가격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중앙은행들은 정책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의 낮은 인플레이션을 제쳐두고 긴축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전환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은 기존 이론에 대한 믿음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연설에서 산출갭 축소가 결국에는 물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자산 가격의 거품으로 인한 금융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물가를 무시하고 긴축에 나서려는 중앙은행들의 행동 배경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오르지 않으면 중앙은행들이 핵심 책무로 여겼던 인플레이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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