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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의 美 연준…"긴축 베팅, 저물가 고착화할 위험"

"기대 인플레 주시"…완화 재개할 통로도 열어 둬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7-07-03 09:15 송고 | 2017-07-03 11:03 최종수정
미국 연방준비제도 © AFP=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 © AFP=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긴축에 나섰으나 인플레이션 지표가 여전히 영 부진한 탓이다. 그렇다고 완화적 통화 정책을 더 오래 끌고가기엔, 과잉 투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낮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유지됨에 따라 미국인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점점 하락 중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은 실제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저물가를 고착화한다.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을 위협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지금 같은 저실업 상황에서도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추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소비를 앞당기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5월중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일년 전에 비해 1.4% 상승했다.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 역시 전년비 1.4% 오르면서, 지난 2015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현재 냉각된 상태다. 채권 시장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향후 10년 간 연 평균 1.7% 정도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부의 CPI는 상무부가 발표하는 PCE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0.40%포인트 가량 더 높은 편이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역시 지난달 30일 미시간대학교 발표에 따르면 6월에 미국 소비자들은 향후 5년 간 연평균 인플레이션이 2.5% 정도를 나타낼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 5월 2.4%에 비해 소폭 상향됐으나, 지난 2007년 전망치와 비교하면 0.5%포인트나 낮아져 있다.
소비자들의 전망치인 2.5%는, 당연히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보다는 높다. 그러나 소비자인플레이션 전망치는 항상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에버코어 ISI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다수 서비스 부문 물가 하락세를 감안할 때 실제 기대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보다 0.25%포인트 모자란 1.75% 정도였다고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낮아진 기대 인플레이션이 연준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실제 1.75% 수준에서 고정된다면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만큼 명목 정책금리 수준도 떨어지게 된다. 이는 언젠가 다음 경기 침체가 시작될 때,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이 0.25%포인트 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도 최근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 28일 런던 브리티시 아카데미 총장과의 대담에서 "살아있는 동안 또 다른 금융위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저조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준을 따라 출구전략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기대 인플레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27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포럼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견고하다면 공급요인으로 인한 물가하락 추세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공급요인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저물가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 내리게 된다면 완화정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물가 기대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완화적 통화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한다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자산시장 투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min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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