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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거목의 뿌리 밑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연극 '왕위 주장자들'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3-31 18:25 송고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 News1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 News1

"드디어 내가 노르웨이의 왕이다."(호콘왕)
"왕국을 다스리는 건 나다."(스쿨레 백작)

연극 '왕위 주장자들'은 '근대극의 아버지'라 일컫는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3세기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호콘왕과 스쿨레 백작이 왕위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암투와 인간적 고뇌를 잘 담아낸 역사극이다. 이 작품은 차기 대선을 앞둔 한국사회와 맞물려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3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왕위 주장자들'은 출연진의 의상을 헨리크 입센이 생존했던 시기로 바꿔 관객이 중세 유럽의 사극을 관람해야 하는 낯선 부담감을 덜어냈다. 또한 무대 천장에 핏줄처럼 뻗은 잔뿌리를 드러낸 거목을 매달아 작품이 담고 있는 상징을 잘 표현했다.

이 작품은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 연출을 맡아 군주·귀족·교회가 벌이는 치열한 암투와 인간적 고뇌를 속도감 있는 흐름으로 이어갔다. 스쿨레 백작은 스베레왕 서거 후 6년간 섭정을 통해 왕국은 자신의 것이라 믿고 있다. 장성한 호콘왕은 자신의 소명을 인식하고 섭정을 물리치고 직접 통치를 선언한다. 여기에 '공작정치 달인'인 니콜라스 주교가 스쿨레 백작의 욕망과 의심을 부추기며 두 사람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유성주는 스쿨레 백작 역을 맡아 권력의 속성 중 하나인 '아무도 믿지 못하는' 인물의 심리를 잘 드러냈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만든 햄릿처럼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하듯 매 순간마다 선택을 미루고 헤맨다. 스쿨레 백작의 이런 성격은 그가 쿠테타를 통해 왕위를 찬탈한 뒤에 다시 멸망해가는 실마리가 된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모든 배역은 절대악이나 절대선이 아니다. 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권력과 사랑에 취해서 뻔히 보이는 파멸의 길로 한걸음씩 내디딘다. 특히, 스쿨레 백작이 왕위를 찬탈한 뒤에 등장한 숨겨진 아들이 다른 누구보다 권력을 쫓는 장면에선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 속에서 조역에 해당하는 시민들은 절대권력을 놓고 싸우는 자들 때문에 형제가 서로 죽이거나 배고픔을 겪는 등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이 극중에서 "더 이상 이름뿐인 왕은 필요하지 않아"라고 절규하는 장면이야말로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4월23일까지. 입장료 2만~5만원. 문의 (02)399-1794.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News1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News1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News1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News1


연극 '왕위 주장자들' 공연장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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