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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내편 만들기, 프랑스에서도 '진행중'

美상원 정보위 "러, 佛선거에 매우 활발하게 개입"
가짜뉴스 기승…타깃은 '러 강경' 마크롱 후보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2017-03-30 16:10 송고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 마린 르펜(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 마린 르펜(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러시아의 '내편 만들기' 작업이 프랑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친(親)러시아 후보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과는 단독 회동을 갖는 반면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에마뉴엘 마크롱 후보에 대해선 가짜뉴스까지 유포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조사하고 있는 리차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프랑스 대선을 망치려는 분명한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지난해 미국에서 (러시아가) 비밀스러운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은밀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프랑스 선거에 매우 활발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유럽 선거의 잠재적 균형 파괴자"라며 "그들이 선호하는 후보자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국제사회에 알려야 할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민주주의의 작동 기제인 선거 시스템을 흔들어 세계 주요국에 친러후보를 세우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 대선 개입에 이어 올해 '선거의 해'를 맞은 유럽에서도 프랑스, 독일 등 굵직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8일 르펜 후보와 단독 회동을 갖고 간접적 지지를 시사했다. 대선 1차투표(4월 23일)를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모든 국가의 모든 정치세력과 대화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르펜의 측근은 푸틴이 르펜에게 대선에서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르펜은 "푸틴과 근본주의와 싸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푸틴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푸틴을 높이 평가해 친밀감을 과시했다.

프랑스 대선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 © AFP=뉴스1
프랑스 대선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 © AFP=뉴스1

◇ 이번에도 가짜뉴스로 물 흐려


미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러시아의 가짜뉴스 생산 능력이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러시아가 승패를 결정하는 지역인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등에 가짜뉴스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프랑스에서도 가짜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깃은 르펜을 앞지르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 그는 경쟁 후보인 르펜과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에 비해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져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 언론 '르수아'와 유사한 가짜 웹사이트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마크롱의 캠페인에 돈을 대주고 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그럴듯해 보이는 유명 언론사 로고와 함께 프랑스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자주 만났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포함됐다.

이를 르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지난 2일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분명 가짜뉴스였지만 마크롱의 경쟁자인 르펜과 피용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도 퍼날랐다.

이후 '르 수아'가 재빨리 해당 기사를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일단락 됐지만, 특정 후보를 비하하기 위한 교묘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스푸트니크, RT 등 러시아 국영 언론사들이 마크롱 후보 비방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부자 게이가 마크롱에게 돈을 대주고 있다", "마크롱은 미국의 대리인"이라는 내용이다.

마크롱 후보 캠프는 "러시아로부터 수백~수천번의 해킹 시도가 있었고, 국영언론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하며 "우리의 민주적 삶을 짓누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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