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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현장 표심-강원] 경제 악화·국정농단에 보수층 등 돌리기도

시민단체들, 정권교체 VS 전통보수
영동은 여전히 보수 강세 목소리도

(강원=뉴스1) 박하림 기자, 서근영 기자, 고재교 기자 | 2017-03-23 13:23 송고
장날 춘천 풍물시장의 손님이 없는 한 식당의  모습.© News1
장날 춘천 풍물시장의 손님이 없는 한 식당의  모습.© News1
“당? 상관없다. 지역 경제만 살리면 된다. AI, 구제역, 메르스 터지면서 서민들 죽어가고 있을 때 정부가 제대로 신경이나 썼나...”

23일 오전 20년 넘게 강원 춘천시 풍물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하용운씨(63)는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손님들이 딱 끊겼다. 지금은 매출이 삼분의 일도 안 된다. 3명이었던 종업원은 지금 다 내보내고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 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대선주자들이나 정치권의 유력인사들이 춘천 풍물시장에 오면 한 번씩은 꼭 들리는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후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자유한국당 김진태 대선후보 등 여러 인사들이 발자취를 남긴 곳이다.

하지만 가게 내 벽지에는 김진태 후보의 사인만 떼어져 있다. 이유를 들어보니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들의 강력한 요구로 김 후보의 사인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선주자들이나 정치권 유력인사들의 싸인이 붙여져 있지만 김진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싸인은 떼어져 있다. © News1 박하림 기자
 대선주자들이나 정치권 유력인사들의 싸인이 붙여져 있지만 김진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싸인은 떼어져 있다. © News1 박하림 기자
최근 들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바라는 민심에 맞춰 정치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불리던 강원 표심은 대선을 47일 남겨놓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3일 춘천 풍물시장 등 <뉴스1> 취재진이 돌아본 강원 민심은 보수층을 지지하면서도 야권후보를 선호하거나 선거 끝판 가서 그때 결정하겠다는 등 쉽게 드러내길 꺼리는 모습이 보였다.

◇보수파 기성세대 “안철수는 좋은 사람”…민주당 후보들은 각각의 단점 있어

중앙시장에서 재단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70·여)는 “좌익과 이북, 사드배치 제재는 우리 (기성세대) 정서와 맞지 않다”며 “김진태 후보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대선출마에 자격이 있지만 아직 정치경력이 부족하고 홍준표 후보도 검사출신이기도 하고 소신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을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손학규 후보는 정치생활도 오래했고 능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선에서는 안철수후보가 더 유력하지 않나 싶다. 우선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과 결별한 것은 잘한 일이다. ‘바른 사람’이기도 하고 때가 안 묻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북한으로 뛰어 가겠다’는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자수성가한 케이스로 좋게 보지만 생각이 많이 꼬여있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긴 한데 과거 학생운동을 많이 했다보니 기성세대에서 봤을 땐 그다지 좋게 보진 않는다”고 했다.

근처에서 모자를 파는 이모씨(66·여)는 “우리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그 배고픈 시절을 잊지 못한다”며 “미군에서 밀가루 포대를 지원해 주거나 새마을 운동에 대한 향수가 아직까지 있다”고 했다. 

또 “매일 새벽 교회에 가서 어수선한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면서도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는 1위는 안철수, 2위는 유승민이지만 그때 가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 학계는 ‘소통·통합’ 강조

대학 학계 쪽에서는 차기 대통령의 능력으로 ‘소통과 통합’을 공통분모로 삼았다. 

김원동 강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탄핵 사태는 정부의 소통능력의 부재로 사단이 난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국회 등 권력기관이나 경제·보건·복지·청년실업 등 제도적 보완책 필요한 개혁의지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기석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차기 대통령은 사회와 정치 통합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양극화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며 “제일 큰 문제는 대선이 끝나고 개헌, 사드, 재벌개혁 등 정치 사회적인 합의가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째를 이틀 앞둔 7일 시민들이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광장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2017.1.7/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세월호 참사 1000일째를 이틀 앞둔 7일 시민들이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광장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2017.1.7/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대학생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됐으면”

한림대학교에 다니는 강한결씨(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4학년)는 “탄핵국면은 대선후보 자기들이 잘해서 이뤄진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차기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도덕성이 우선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강 씨는 “차기대통령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능력은 좋은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자리에 맞는 알맞은 인재 선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사이다 발언’이 좋지만 오히려 트럼프의 모습이 보여 경계를 해야 할 것 같다. 안희정 후보의 경우 보수층까지 아우르다 보니 산토끼 잡으려고 집토끼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재인 후보는 예전부터 소신이 있어서 좋다. 심상정 후보는 선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19일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거두리에서 열린 춘천 애국시민 탄핵기각 태극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김제동과 함께하는 춘천 1만 촛불 집회도 석사동 거두리에서 열렸다. 2017.2.19/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19일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거두리에서 열린 춘천 애국시민 탄핵기각 태극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김제동과 함께하는 춘천 1만 촛불 집회도 석사동 거두리에서 열렸다. 2017.2.19/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시민단체들 ‘정권교체’ VS ‘전통보수’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0년 동안 보수층이 집권했는데 서민들이 너무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경제가 악화됐다. 최근 탄핵사태만 보더라도 전반적으로 운영하는 국정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이다”며 염려했다.

또 “오히려 복지정책들은 후퇴됐다. 어느 정당을 특정 짓기는 어렵지만 정권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정정당이나 후보에 대해선 민감하다는 듯이 말을 아꼈다. 

반면 보수시민 단체는 ‘전통보수’를 강조하며 대북관계의 ‘강경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정함철 국민저항본부 강원본부장은 “자유한국당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발언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보수의 전통이 아니라 기득권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북한의 도발에 관련된 안보상황 위기다 보니 대통령 출마를 접고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김진태 후보한테 기대를 갖고 있지만 김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순히 태극기 집회에 나온 이유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 이상의 확실한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2일 강원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강릉시 금학동에서 열린 권성동 후보의 지원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불법 사찰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고 말한 후 “지난 정권 현 정권 모두 저를 사찰 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번 있었는데, 그게 모두 사실인 것 같다”며 “이 문제는 진상을 끝까지 규명해서 그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일 강원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강릉시 금학동에서 열린 권성동 후보의 지원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불법 사찰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고 말한 후 “지난 정권 현 정권 모두 저를 사찰 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번 있었는데, 그게 모두 사실인 것 같다”며 “이 문제는 진상을 끝까지 규명해서 그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영동은 여전히 보수 강세…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돌아선 이들도

보수성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영동지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동에 잔잔한 미동은 있었지만 여전히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이모씨(62·여)는 “후보자가 모든 덕목을 고루 갖췄으면 좋겠지만 나라가 어려운 만큼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친박이라고 소개한 이씨는 “얼마 전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비호하는 모습에 의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지의사를 내비쳤다.

보수성향이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며 마음이 돌아선 시민들도 있다.

강릉지역 정모씨(60·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벗 삼았는데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면서 “자기 주관이 있고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말에 휩쓸리기보다 꼼꼼히 사안을 살펴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신중함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을 받아 강한 야권지지 의사를 보인 시민도 있었다. 

속초에서 요식업을 하는 김모씨(57·여)는 “예전에는 정치에 대해 문외한이라 남들을 따라 투표하고 1번을 많이 찍었었다”라며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뉴스를 챙겨보며 부족하나마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잘은 모르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원하게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이재명 시장이 마음에 든다”며 “누가 됐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후보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im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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