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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도미노, 네덜란드에서 멈췄나

포퓰리즘 잠재운 네덜란드·호주…佛은 어떨까
"트럼프가 유럽 포퓰리즘 제동에 일조…역효과"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7-03-17 17:14 송고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유지한 집권 자유민주당(VVD)의 마르크 뤼테 총리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AFP=뉴스1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유지한 집권 자유민주당(VVD)의 마르크 뤼테 총리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AFP=뉴스1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에 이은 세 번째 '포퓰리즘 도미노'가 될 것을 우려한 네덜란드 유권자들, 결국 집권여당의 손을 들어주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두고 이같이 묘사했다.

유럽을 휘감은 '극우 포퓰리즘'의 첫 시험대로 여겨졌던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집권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을 유지했다. 기에르트 빌데르스 대표를 필두로 극우·반이민 기치를 내세우며 기세를 올렸던 자유당(PVV)은 결국 원내 2당 지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프랑스, 독일 등 올해 선거를 앞둔 이웃국가들의 향후 선거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란 네덜란드 총선 결과가 이같이 나오면서 전 세계를 강타한 포퓰리즘 바람도 주춤하는 추세다.  

NYT는 네덜란드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점에 빗대 "거센 바다로부터 네덜란드를 막아주는 대제방을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정서가 모든 네덜란드인에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정치로도 번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네덜란드뿐 아니라 지난 11일 치러진 서호주 주선거에서도 호주판 여성 트럼프로 불리며 득세했던 극우 '백호주의' 인사 폴린 핸슨은 4.9%의 득표율을 올리는데 그쳤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상됐던 득표율(13%)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이 유럽 포퓰리즘 물결에 제동을 거는데 일조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의 얀카 스토케 교수는 "미국의 전개 상황을 유럽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상황이) 혼돈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린 그렇게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소재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트 소장도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통해 "포퓰리스트를 뽑으면 온갖 별난 정책들이 튀어나온다는걸 목격하게 됐고 결국 포퓰리즘 정당 후보에 표를 던지는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이를 '트럼프 요인'(Trump factor)이라 지적했다.

그랜트 소장은 "유럽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포퓰리즘이 주춤하고 있다. (주류세력에 반발하는) 항의성 투표(protest vote)가 재미는 있었을지 몰라도 브렉시트라는 불확실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시민들이 깨닫게 되면서부터"라며 "이런 추세가 네덜란드의 분위기도 변화시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네덜란드 선거는 올해 유럽 각국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9월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높은 투표율이 친(親)유럽적 결과를 불렀다"고 네덜란드의 선거 결과를 환영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극단주의에 대한 분명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네덜란드의 선거 결과가 그대로 프랑스 대선에 반영될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NYT는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5월7일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에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브렉시트나 미국 대선, 빌데르스의 득표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각종 여론조사 기업들의 전력을 문제삼았다.

NYT는 "진보 대 극우 진영간 선거를 예측하는데 있어 여론조사 기관들이 결과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경향이 있다"며 "몇몇 여론조사에서 빌데르스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됐던 반면 브렉시트 찬성이나 트럼프 당선은 미리 예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선거 결과를 토대로 프랑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로 빌데르스와 르펜의 차이점도 거론되고 있다.

네덜란드판 르펜이라 불리는 빌데르스는 트럼프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사를 많이 했다. 그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령을 환영한 몇 안되는 유럽내 정치 인사 중 한명이기도 하다.

반대로 르펜은 "'혼란의 시기'(chaotic phase)를 지나고 있는 트럼프와 비교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이런 때문에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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