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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네덜란드 총선…'반이민 포퓰리즘' 시험대 오른다

집권 VVD 24~28석·극우 PVV 19~22석 전망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7-03-15 12:34 송고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 AFP=뉴스1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 AFP=뉴스1

올해 유럽 각국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전초전' 격인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유럽을 휘감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의 첫 시험대로 여겨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유민주당(VVD)의 마르크 뤼테 총리와 극우·반이민 기치를 내세운 기에르트 빌데르스 자유당(PVV) 대표가 14일 토론에서 맞붙었다. 
전날 토론회에서도 한 차례 설전을 벌였던 빌데르스와 뤼테는 이날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나갔다. 

토론에서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터키와의 관계가 단연 화두였다. 

빌데르스는 뤼테 총리를 향해 "네덜란드는 모두의 것이 아니다"라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 로테르담에서 열렸던 터키인들의 시위에 빗대 "터키인들이 네덜란드 국기가 아닌 터키 국기를 흔들었다. 그들이 그러고 있었으면 당신은 거기다 대고 '네덜란드는 우리의 것'이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네덜란드가 자국내 터키 개헌안 찬성 집회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네덜란드 당국이 파트마 베툴 사얀 카야 터키 가족부 장관을 강제 추방하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의 전용기 착륙을 불허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바나나 공화국' '파시스트' '나치적 발상'과 같은 원색적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빌데르스 대표는 전날에도 뤼테 총리를 향해 "외국인들의 총리(the Prime Minister of foreigners)"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에르도안의 인질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 국경을 폐쇄하라"고 말했다.

뤼테 총리는 "그건 완전히 잘못된 해결방법이다. 넥시트(Nexit·네덜란드의 EU 탈퇴),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나가길 원하는거냐"고 반문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알지 않느냐. 하지말라"고 받아쳤다. 

선거를 몇 시간 앞두고 공개된 네덜란드 6개 주요 여론조사 기관 조사 평균치 집계에서 뤼테 총리를 필두로 한 중도 우파 VVD는 전체 의석(150석) 가운데 24~28석을 확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 평론가들은 뤼테 총리가 최근 발생한 터키와의 외교갈등에 대처한 방식을 유권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주간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빌데르스 대표의 PVV는 며칠새 그 기세가 한풀 꺾인 추세다. PVV는 19~22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기독민주당(CDA), 민주66당(D66)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누구에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누가 다수당이 되든 과반(76석)을 달성하지 못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이어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이번 네덜란드 선거 또한 전세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 진영의 '세기'를 측정할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뤼테 총리가 밀려드는 포퓰리즘 물결을 물리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뤼테 총리는 지난주 자이스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이곳이 싫다면 떠나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WSJ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빌데르스를 지지하는 반(反)이민·반이슬람 진영 유권자들의 정서에 편승하려는 행보로 풀이했다.

그러나 자신의 메시지가 외국인들에 대한 배척으로 여겨질까 우려한 뤼테 총리는 이 발언이 이민자들만을 겨냥한 것만은 아니라는 뉘앙스로 "이민자든, 당신의 부모, 조부모가 여기서 태어났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극우정당 자유당의 기에르트 빌데르스 대표(왼쪽)와 뤼테 총리. © AFP=뉴스1
극우정당 자유당의 기에르트 빌데르스 대표(왼쪽)와 뤼테 총리. © AFP=뉴스1


뤼테 총리는 세계화에 우호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진보적인 정책을 펼쳐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무슬림 이민 물결에 따른 국가 정체성 손실을 우려하는 네덜란드 유권자들의 반발에 직면한 전형적인 유럽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네덜란드 선거 결과에 주변 유럽 국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덜란드의 선거결과가 프랑스, 독일 등 앞으로 선거를 앞둔 이웃국가들의 향후 선거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뤼테 총리와 같은 주류 보수 진영은 빌데르스나 프랑스 극우전선 대표 마린 르펜과 같은 우파 포퓰리즘 세력의 부상을 막기 위해 이민자 문제에 전보다 강경한 노선을 펼치는 선택권을 취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의 문화 정체성 수호에 주력하고 있는 공화당 대선주자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머리 스카프 착용을 학교에서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등 무슬림 이민자들에 강경 노선을 펼치고 있다.

오는 9월 4선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종전의 친이민 개방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나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의 공공기관내 착용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영국 에식스대학의 캐서린 드 브리 유럽정치학 교수는 이런 추세에 대해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EU를 비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주류 보수 진영에 힘을 실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권력을 다잡는데 있어 나쁜 전략은 아니지만 극우 진영을 침묵하게 만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 브리 교수는 "이런 우려가 공론화될 플랫폼을 오히려 더 많이 만들어주게 되며 빌데르스 같은 사람들이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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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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