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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인용] 탄핵 이후 '촛불'이 갈 길은…"아직 역할 중요"

국론분열부터 치유…"누가 이기고 진 것 아냐"
"적폐청산·개혁입법 추진"…선거법 완화 주장도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차윤주 기자, 정재민 기자 | 2017-03-10 15:35 송고
지난 4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제22차 박근혜정권퇴진 순천시민촛불집회에 참석한 아버지와 아들이 '박근혜 퇴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17.3.4/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탄핵 열차'는 종착역에 다다른 모습이다. 시민사회는 이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되자 시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누적인원 '1600만명'에 육박하는 촛불시민의 외침은 정국마다 주요 변곡점이 됐고 결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전문가들은 이제 반으로 분열됐던 국론을 치유하고 국가의 적폐청산과 대선국면에 대한 적극적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주권자 시민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론분열부터 치유…"누가 이기고 진 것 아냐"

"국론 분열이 워낙 뜨거워 일단 진정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0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심판이 내려진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가 국론분열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고 함께 끌어안고 화합하는 식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헌재의 결정은 대통령 같은 최고 권력자도 잘못하면 파면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결정"이라며 "거기서 시작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헌재의 결정에 '승복'이라는 단어를 주의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승복이라는 단어는 '이기고 진다'라는 의미가 담겨 이것을 강조할 때 갈등은 더욱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합의한 기본적 규범인 헌법에 대해 '존중'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것은 촛불이 이기고 태극기가 지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연구원은 "지금은 자유한국당 의원 분들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줄 때"라며 "당신들이 '탄핵은 안된다'라고 시민들을 부추겨왔던 것이 국론분열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책임을 지기 위해 이제 직접 나서서 상처받은 보수 쪽 시민들의 마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2017.3.1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적폐청산 위해 개혁입법 추진"…선거법 완화 주장도

전문가들은 이제 진정한 대선국면에 접어든만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양 혁명사 전문가인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탄핵에 집중하느라 선거제도나 검찰개혁 등 국가 개혁 의제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며 "이제 정치권에서는 미뤄놨던 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시민사회는 적폐청산을 꾸준히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훈 교수는 "대통령 탄핵까지 발생하게 만든 정경유착, 제왕적 대통령제, 무사안일한 관료문화 등 고질적인 문제를 청산해야 한다"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개혁의 다양성을 두고 생산적인 토론을 해야하고, 선택된 후보자는 이런 개혁 의제를 국정과제의 중심으로 둬서 풀어나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촛불을 든 목소리도 대통령 퇴진, 탄핵 등을 넘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선거법'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180일 전부터 피켓, 현수막 등을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비판할 수 없다. 확성장치를 이용해 자유발언을 하면서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것도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다.

이번의 경우 차기 대선은 탄핵 인용 결정 날부터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하기 때문에 선거법 적용은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그동안의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할 경우 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다수의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지난달 8일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와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제2의 박근혜'를 막을 수 있다"며 "유권자 정치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선거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 연구원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우선 선거법상 몇개의 조항이라도 유연하게 해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게 되지 않는다면 경찰은 더욱 강경진압으로 나올 것이고, 혼란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잘못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선거법과 관계가 없고 제약을 받아선 안되는 것"이라며 "국가시스템, 정치제도를 바꾸자고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토론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병우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7.3.9/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퇴진행동 "민주주의 촛불혁명 승리…11일 20차 촛불집회"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탄핵 선고가 난 10일을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민주주의 촛불혁명이 승리한 날"이라고 규정했다.

퇴진행동은 지난 19차례 촛불집회를 돌이키며 "돌아보면 간단치 않은 시간이었다"라고 회고한 뒤 "(국민이) 쉼 없이 촛불을 들지 않았다면 오늘 국민에 의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대한 역사는 단연코 없었을 것"이라고 자축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라며 "박근혜는 파면당했지만 수사 한 번 받지 않았고, 뇌물수수 재벌총수들은 아직도 건재하며 처벌받아야 할 핵심 공범자들도 수두룩하다"고 남은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퇴진행동은 탄핵 선고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으며 주최 측 추산 1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차 광화문 긴급행동을 개최하며 이어 오후 9시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는 11일 오후 4시부터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제목으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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