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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인용] '3개월 시한부'…국정교과서 폐기수순

교육부장관 고시만 바꿔도 폐기
새 교육과정·문명고 논란은 남아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3-10 11:47 송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10일 인용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도 조만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 1DB)© News1 장수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10일 인용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도 조만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 1DB)© News1 장수영 기자


앞으로 국정 역사교과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10일 인용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도 조만간 폐기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3당과 교육계에서는 "늦어도 3개월 안에 (국정교과서는) 폐기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족한 새 교과서 집필기간, 2015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 논란, 경북 경산 문명고 사태 등 혼란 요소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정화 고시 취소하면 자동폐기

박근혜 대통령 파면에 따라 정권교체 가능성도 커졌다. 그동안 국론분열과 숱한 갈등을 일으켰던 국정 역사교과서도 시한부 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야3당은 국정 역사교과서 즉시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대세는 '3개월 시한부론'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유력한 조기대선일은 오는 5월9일인데, 차기 대통령의 내각 구성 완료시기를 고려하면 이후 대략 한달 정도 걸릴 것"이라며 "바뀐 정권의 새 교육부 장관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취소일텐데, 이를 감안해보면 국정교과서의 생명은 6월 초·중순쯤 끝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고시는 해당 부처 장관이 바꾸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이른바 '국정교과서 금지법'도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권이 교체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체제는 사실상 유지하기 어렵고 그 명분도 사라진다"며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여론도 더 거세질 수밖에 없어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교과서 우려…새 교육과정 반영 보류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갈등과 혼란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간 논란이 대표적이다.

중·고교에서는 2018년부터 2015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새 교과서를 사용한다. 다른 교과는 새 교육과정이 적용된 심사본 집필을 완료해 교육부의 검정심사를 받고 있지만, 역사 교과는 심사본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동안 검정교과서 집필진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 집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검정 역사교과서 출판사에 심사본을 제출하라고 고지한 상태다. 본격적인 집필기간이 6개월도 채 안 되는 셈이다. 교과서 집필기간은 일반적으로 1년이 넘는다.

양정현 부산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짧은 집필기간은 부실 교과서를 만들어낼 소지가 있다"며 "그동안 국정교과서에 따른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역사 교과에 한해 기존 교육과정을 2~3년 유예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필기준도 논란…제도 마련 시급

2015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집필기준도 논란거리다.

현재 역사학계는 새 교육과정에 보수성향인 뉴라이트 학계의 역사관이 상당수 반영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항일운동을 폄훼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대한민국 수립' 등 잘못된 표현이 있는 집필기준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검정교과서는 제2의 국정교과서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과정을 손바닥 뒤집 듯 바꾸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명고 1학년, 국·검정 모두 공부해야 할 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 문명고 문제도 있다. 문명고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쓰는 전국 유일의 학교다.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은 개학 후 검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다. 11일 선발될 기간제 교사가 이달 셋째 주부터 수업을 시작하면 국정 역사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새 정부가 국정화 확정고시를 철회하면,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수업 명분도 사라진다.

문명고 관계자는 "애먼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국정·검정 두 교과서를 모두 공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위는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의 안정성과 일관성이 훼손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 뿐"이라며 "또 다른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전교조 관계자는 "잘못된 교과서로 배우는 게 학생들에게는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후폭풍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관련 법령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교수는 "역사교과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았던 게 갈등을 일으키고 각종 혼란을 야기한 가장 큰 요인"이라며 "앞으로 정치권력이 학교 역사교육에 개입할 수 없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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