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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인용]"내 자리는 어디로" 부처개편 공무원들 '뒤숭숭'

기재부 분할·미래부 해체 등 설왕설래
"정권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 좋지 않아"

(세종=뉴스1) 정책팀 | 2017-03-10 12:30 송고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행정부 수반의 첫 파면 사태를 맞은 공직사회는 곧 조기대선을 통해 들어설 차기 정부의 국정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인사와 공무원 개인의 사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부조직개편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그간 정치권의 논의를 바탕으로 각 부처마다 대안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룡부처 기재부 '예산-정책 남남되나'

공룡부처로 지목돼 분할 필요성이 제기된 기획재정부는 내부에서도 분할에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갈린다. 기재부는 소속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이력도 예산과 정책으로 크게 나뉘기 때문에 찬반 의견 역시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정책부문은 분할에 대해 완강한 반대다. 정책라인의 과장급 직원은 "각 부처와 지자체를 총괄해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실권이 없으면 일하기가 어려워진다"며 "기재부라는 조직에서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책 추진의 효율성 문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예산실은 양상이 좀 더 복잡하다. 분할해도 나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지만 개인적 입장에 따라 갈라진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산실은 그동안 경기부양론에 시달려 왔다. 추가경정예산이 대표적이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면 예산은 마이너스, 국가는 빚을 떠안게 되고 결국 재정의 역할은 빚갚는 것 외에 할수 있는 게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예산실에서는 '재정이 망가졌다'고 표현한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예산분야가 독립부처로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한다는 논리다.

기재부 한 간부 공무원은 "일본은 재정이 망가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는데 우리나라가 일본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건전성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분할에 대해서는 세대별 입장도 다르다. 인사 적체가 심한 기재부에서 고참 공무원들에게 부처 분할은 인사의 물꼬를 터주는 기회다. 그러나 주니어들은 다양한 부서에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특히 젊은 세대 공무원들은 해외 근무를 선호하는데 정책, 국제금융 라인이 타부처로 떨어져 나가면 기회를 잡기 어려워진다.

기재부 국장급 간부는 "조직개편을 하기 전에 먼저 업무평가가 돼야 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고 대선 이후 여야 정치권의 구도에서 조직개편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지우기 미래부 해체 '숙명인가'

조직개편 '0순위'로 거론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5년마다 반복해 온 '이삿짐 싸기'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펼쳐질지 대선 주자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미래부는 현 정부들어 예전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부 업무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 지식경제부 업무 가운데 ICT 분야 등을 통합해 신설됐다. 조직개편안은 크게 △과학과 ICT 분리 △ICT 독임부처 △공중분해(산업부 등으로 흡수)로 요약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존 산업을 관장하는 산업부에 신산업을 만들어야 하는 ICT 업무를 붙여놓으면 신산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혁신의 불씨는 기득권에 묻혀버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학과 ICT 분리도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융합' 전략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 운영 방식이 과거와 달라져 이미 업무간 '칸막이'가 사라지고 있는데 정권 교체때마다 칸막이를 나누는 조직개편은 행정력의 낭비라는 목소리도 크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일을 할 때 부처별로 소관업무를 나누는 일부터 했지만 요즘은 특정부처로만 국한된 업무가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통상이나 에너지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이 폭넓게 논의 중이다. 산업부 내에서는 그러나 조직 분할 등 현 체제를 흔드는데 반발이 심하다. 국장급 한 간부는 "조직개편이 능사는 아니다. 무슨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지 필요성은 못 느낀다"며 "조직개편은 매번 정권 바뀔 때마다 나오는 얘기여서 새롭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고용부 신설? "손대기 어려울 것"

국정교과서로 홍역을 앓았던 교육부, 메르스·최순실 사태를 겪은 보건복지부, 청년일자리·노동개혁이 주무인 고용노동부 등 사회부처의 개편론도 활발히 논의중이다.

폐지론이 제기되는 교육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도입될 가능성은 높게 보면서도 정책제안의 역할 정도이지 심의의결권까지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교육부 국장급 간부는 "정부 차원의 교육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 각계각층으로 구성될 국가교육위원회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대선 후보들도 막상 대권을 잡으면 교육부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와 노동을 묶어 복지노동부로 통합하는 방안은 새로운 실험이다. 보건의료나 고용은 부처 신설 또는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분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국장급 한 간부는 "보건의료 업무 상당수가 복지적 성격을 갖고 있다. 보건의료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업무가 많아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며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복지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보건의료과 깊이 관련된다. 공공보건의료 쪽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장급 간부는 "일본, 영국은 복지와 노동을 붙여놨지만 노동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안정돼 있어 상황이 다르다"며 "영국, 캐나다는 보건의료부가 있는데 이들 나라는 공공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해서 각 병원과 의사 공무원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은 "각 부처와 공무원들은 조직개편이 정권의 전리품처럼 다뤄지는데 대해 불안과 불만이 많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인 조직개편안이 필요하다"며 "조직개편의 당사자는 국민 전체이고 개편 비용이나 결과에 대한 공유 역시 국민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개인의 유불리로 이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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