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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법원장 인사권 '오비이락'이길 바라며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3-08 19:50 송고
© News1

대통령 탄핵심판 종국결정이 코앞이다. 아직 탄핵심판 종국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대선주자들은 조기대선을 전제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이들이 입 모아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 바로 검찰개혁이다.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검찰에만 쏠려 있는 게 못내 아쉬웠던지 이번에는 대법원이 갖가지 논란을 일으키며 검찰개혁을 ‘사법개혁’으로 확대할 여지를 제공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오는 13일 퇴임을 앞둔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당시 헌재는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과 변론종결일을 두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었다.

대법원의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 시도는 헌재에 묶여 있던 국민의 시선을 대법원으로 돌렸다. 

헌재가 못 박은 변론종결일은 27일 월요일이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을 공식화한 것은 24일 금요일이었다. 참으로 오묘한 시점이다. 헌재가 변론을 종결하고 언제쯤 법리검토에 착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인 만큼 마른 낙엽에 불붙인 듯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법원에서 후임 재판관 지명 얘기가 흘러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변론종결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변론종결 불가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 측의 반응을 본 많은 사람들이 양 대법원장의 ‘저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혹의 눈초리가 하나 둘 늘어나자 대법원 공보라인이 화급히 사태 수습에 나섰다. 대법원은 헌법재판관 지명 필요성이 있어 지명 입장을 밝힌 것 뿐 딱히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요새 정치권에서 유행한다는 ‘선의’(善意)에 기반해 양승태 대법원장의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 시도를 ‘오비이락’으로 여겼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의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 시도를 ‘오비이락’으로 봐주기에 석연찮은 구석이 남아있었다. 바로 이상훈 전 대법관의 퇴임과 그에 따른 대법관직 공석이었다. 이상훈 대법관이 지난달 28일로 임기를 마치고 후임 없이 퇴임한 것이다. 대법관 역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임명이 이뤄진다.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공석인 대법관 먼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게 사태는 일단락됐고 국민들은 다시 시선을 헌재로 돌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법원행정처를 둘러싼 잡음이 헌재로 향하고 있던 언론의 눈과 귀를 다시 대법원으로 집중시켰다. 6일 한 일간지는 사법부 소속 수백 명의 일선 판사들이 만든 '국제 인권법 연구회'에서 대법원장의 권한 쪼개기를 통한 사법개혁 방안 논의의 움직임이 일자 사법부 수뇌부가 ‘인사권’을 이용해 이를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법관 블랙리스트’와 진배없다.

같은 날 오후 대법원은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로 이선애 변호사를 전격 지명했다. 국가 3부 가운데 하나인 사법부의 개혁을 꿈꾸던 일선 판사들의 움직임은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종적 없이 사라졌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대법원은 이선애 헌법재판관 지명자의 프로필에 '역경을 극복한 희망의 상징'이라는 프로필 란까지 만들어 '부모님의 노점상'을 굳이 언급했다. 이 지명자의 어려웠던 성장기는 언론에 배포됐다.  

양 대법원장과 일선 법관들의 사법개혁 탄압에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진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속한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1971년, 1988년, 1993년, 2003년 총 네 차례의 '사법파동'을 통해 사법권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했다.

사법부 구성원들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재판의 인적·물적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을 통해 ‘사법부 독립’을 현실화하려고 했다. 국민들은 ‘독립된 사법부’의 존재의 의의에 크게 동감하며 헌법에 이를 품도록 허락했다. 그 결과 외관상이나마 사법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헌법구조아래에서 사법부 전체에 대한 인사권을 취고 있는 대법원장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임용 후 10년 마다 한 번 씩 거치는 ‘재임용 심사’를 통해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수뇌부에 반기를 드는 법관들은 ‘합법적’으로 정리됐다. 같은 법관끼리도 ‘향판’과 ‘경판’ ‘흑판’과 ‘백판’을 나누는 그들의 계급 중심적 사고는 ‘법원행정처’를 사법부 내 ‘성골’ 세력으로 키워냈고,  ‘행정처 입성’은 곧 법관으로서의 승승장구를 뜻하는 또 다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네 차례의 ‘사법파동’을 통해 성취한 '사법권 독립’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법원 수뇌부의 사법부 '장악'을 위한 것이 아니다. 판사도 '인사가 만사'인 공무원이다. 대법원장이 사법부 장악을 위해 인사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면 국민의 결단인 '헌법'은 법관 인사권을 대법원장으로부터 회수해 국민의 것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보인 '인사전횡'과 '법관 탄압'을 국민이 그냥 두고볼리 만무하다. 

이제 헌법은 추상적·장식적 규범이 아니다. 생명력을 얻어 살아 약동하는 국민들의 생활규범이 됐다. 더 이상 '사법권의 독립'이 대법원의 전횡을 옹호하는 자들의 '단골메뉴'가 되어서는 안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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