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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마음 누가 훔칠까…국회? 朴측?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7-03-01 12:07 송고 | 2017-03-01 15:10 최종수정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2017.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2017.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가름 하는 탄핵열차가 종착역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7일 최종변론기일이 마무리 됨에 따라 절차상으로는 최종 선고만 남은 셈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박 대통령 운명은 이제 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6명 또는 그 이상이 탄핵을 인용하면 박 대통령은 그 즉시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반대로 최소 3명이 기각 의견을 내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이 넘어온 이후 헌재는 그간 17차례의 변론기일을 가졌다. 변론 막바지에는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막말 변론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헌재의 최종 선고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13일 이전에 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변론일인 27일 청구인인 국회 측은 나라가 바로 서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절차가 위법했다며 각하를 주장하는 동시에 소추사유가 이유없다며 기각을 요구했다.

헌재 바깥에선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헌재는 3·1절인 이날도 '정중동'(靜中動)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 어디에 무게 실었나

국회 측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즉 세월호 참사 관련 쟁점에 무게를 실었다.

최종변론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이용구 변호사는 다섯 가지 유형별 쟁점 가운데 세월호 부분만 따로 발췌해 약 22분 동안 변론했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서 확인된 피청구인의 부작위는 국민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소추사유에 있었던 사실관계에 대해 법 규정의 판단만 추가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 이전) 위기상황에서 피청구인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그 이유는 피청구인이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거나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청구인이 세월호 참사 당일 무엇을 했는지는 저희로서는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저희가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은 피청구인이 마땅히 해야 했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한 마디로 지칭할 순 없지만 정리하면 '각하, 안되면 기각' 의견에 무게를 둔 듯 보였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의 적법절차 없이 통과한 탄핵소추안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각하해야 한다"며 "각하와 기각 등 주장이 있지만 각하가 먼저고 각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본안에서 기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측 대표대리인 이동흡 변호사는 "선의로 추진한 일이 결과적으로 측근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사안"이라며 탄핵청구를 기각해달라고 했다.

전병관 변호사는 "정치적 무능력, 정책결정 잘못, 직책수행 성실성 여부는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며 "탄핵소추는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막말 변호'로 논란을 일으킨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소추사유에서 박 대통령의 공범의사가 없다"며 탄핵심판을 기각하거나 각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16회 변론에서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던 조원룡 변호사는 "이 사건의 중대성을 헌법재판관들이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냐"며 "변론 속개 및 재개를 신청한다"고 요청했다.

◇"누가 잘했는지 몰라, 다만..."

헌법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더 잘하고 못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변론에 설명 대부분을 할애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1)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변론은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정도로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는 감상평 정도는 될 수 있어도 법리적 근거를 갖고 전개된 주장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변론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법적 근거를 갖고 논리적으로 법리를 전개하는 자리"라며 "그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변론은 전혀 설득력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 변론은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해서 하나씩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면서도 "한 마디로 그들의 주장은 억지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장 교수는 "변론이라는 것이 법리 논쟁으로 가야 한다"며 "최종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은 법리 논쟁이 아니라 헌재를 압박하려는 위협적 발언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 헌법전문가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적 위법성을 근거로 한 '각하' 주장을 "말이 되지 않는다"며 탄핵심판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국회가 증거조사도 않고 탄핵소추사유 13개를 하나로 묶어 처리한 것과 박 대통령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다"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같은 방법으로 진행됐지만 문제 되지 않은 선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김 변호사가 '이러저러한 근거를 들어 미국은 한국처럼 탄핵심판을 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주장을 했는데 모두 틀린 이야기"라며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왜곡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핵심은 쟁점 정리와 설득력 있는 주장

원하는 바가 다른 만큼 양 측이 최종변론에 나선 전략은 정반대였다.

국회 측은 297쪽의 최종준비서면을 제출한 상황에서 강조해 주장하고 싶은 부분을 추려 4명의 대표자가 최종적으로 변론했다.

누가 어느 부분을 어떤 순서로 변론할지 계획을 세운 국회 측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이른바 '짧고굵게'식의 국회 측 변론이었기에 소요시간도 재판부에 약속한 1시간을 조금 넘긴 75분만에 종료됐다.

박 대통령 측은 우선 최종변론에 나선 변호인이 15명으로 국회 측 대비 약 4배 많았다. 총 변론 시간은 약 5시간 30분(휴정시간 포함)이었다.

대리인단 소속 변호인 4분의 3이상이 변론에 나선 만큼 '각자대리' 기조는 유지됐다.

두 헌법전문가는 이러한 양 측의 모습에 "탄핵심판의 쟁점을 잘 정리하고 최후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는지가 중요하다"며 몇 명이 나와서 몇 시간 동안 어떻게 변론을 펼쳤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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