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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최후 진술도 '대독'시킨 朴대통령…"헌법적 통합 해쳐"

"혐의 전면 부인…탄핵사유 해명으로 보기 어려워"
"끝까지 탄핵 되어야 마땅한 이유 보여준 셈"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27 19:29 송고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2017.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문제를 다루는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재판부와 소추위원의 신문은 피하고 자신의 의견만 밝히는 방안으로 최종 의견서 대독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변명'이라도 좋으니 심판정에 당당히 나와 마지막 입장 표명을 바라던 국민들의 기대는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 기일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동흡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최후 진술서를 대독했다.
진술서를 통해 박 대통령은 국회의 소추 사유 전부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상태에 대한 안타까움 등 개인적인 소회도 담고 있다.

◇ '직접 출석' 검토에서 '의견서 대독'으로 왜 변경했을까

탄핵심판에 임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소송전략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소송지연’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실제로 대통령 측은 무더기 증인신청을 하거나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여 채택한 증인 가운데 대통령 측과 협조관계에 있는 증인들의 불출석에 따른 기일 공전 등으로 소송을 지연시켜왔다.
앞서 박 대통령은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사 시기나 방법 등을 두고 특검과 신경전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통령 측이 추가 증인신청을 통한 재판 지연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시점이되면 대통령의 심판정 직접 출정 카드를 활용해서라도 소송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헌재가 27일로 변론종결일을 못 박으면서 대통령의 심판정 직접 출정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헌재는 세 차례의 변론준비 기일과 열여섯 차례에 걸친 공개변론 등 충실하고 충분한 심리를 했다는 판단 아래 27일을 변론 종결일로 정하고, 대통령의 출석은 27일 이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밝히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측이 일정 조율 등을 시도할 여지가 사라진 셈이다.

탄핵심판 당사자인 대통령이 심판정에 직접 출정할 경우 소추위원과 재판부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대통령은 ‘피고인’ 이미지를 갖게 되고, 재판부가 석명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내지 못한 세월호 7시간 행적 등에 대해 직접 답변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출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진술서 대독이라는 방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대통령 최후 진술서 대독…"무책임한 태도"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출석해 재판부와 소추위원의 신문에 응하지 않고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본인의 입장만 밝힌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인은 일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등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는데, 이미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일부 혐의를 인정한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해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최순실과의 관계에서 해당 재단을 만든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본인이 직접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탄핵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없어 적절한 변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본인이 나와서나 서면으로 그간의 소추위원 측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다른 사실관계가 있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 최수 진술은 지금까지 탄핵심판에서 논의됐던 소추 사유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 출석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의견을 대독시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정치적 통합이나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적절한 언행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외려 헌법적 통합을 해치는 행위를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이러한 입장이 최후 진술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의견서를 대독하게 한 것에 대해 “정말 탄핵이 되어야 마땅한 이유를 끝까지 보여주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 '지지층 이미 결집'…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판단한 듯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 심판정에 나오게 될 경우 지지층에 대한 마지막 정치적 호소를 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뒤늦게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72·사법시험 8회)는 지난 15회 변론기일에서 1시간 40여분에 걸친 장시간 변론을 펼쳤다.

전문가들은 김 변호사의 변론 내용에 대해 기본적인 법리는 물론 사실관계에도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지지층은 김 변호사의 변론 내용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변호사의 변론 내용이 법리 및 사실과 어긋남에도 탄핵을 반대하는 측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준 셈이기 때문에 동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미 지지층이 결집해 굳이 대통령이 위험부담을 지며 직접 나서 정치적 호소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에 뒤늦게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 등의 변론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이를 구심점으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단이 결집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여론전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탄핵심판은 사실상 법리논증으로는 승패가 눈에 뻔히 보이는 게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들의 한 축은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자고 생각을 하고 움직이고, 다른 한 쪽은 이 기회를 이용해 정치적 호소를 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자신이 여론전에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 아래 헌재 직접 출정의 이해득실을 따져 헌재에 출석해 재판부와 국민에게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힐 기회를 거둬들였다는 비판을 면할수 없게 됐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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