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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위헌-보상-재개'…개성공단기업 1년 이렇게 보냈다

중단 1년 기자회견…피해보상·재개만 요구
탄핵정국, '개성공단 해결' 정치권으로 넘겨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전보규 기자 | 2017-02-09 18:21 송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맞아 즉각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맞아 즉각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1년을 지나면서 직접적인 피해자인 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중단 결정에 대해 '위헌'이라고까지 비난하던 기업들은 정부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선 분위기다. 이들은 '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정치권으로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뺏긴 모습이다.
◇"우린 할 만큼 했다"…힘빠진 기업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0일 공단 중단 1년을 맞아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대위는 정부의 중단 결정에 대한 비판과 원망보다 피해 보상과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1년 전'과 큰 차이를 보였다. 작년 2월10일 개성공단 폐쇄가 결정된 다음날 정기섭 비대위원장(당시 개성공단기업 협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끝났다"며 "정부가 야속하고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개성공단 기업과 정부가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개성공단 기업에 지원한 보상금은 4838억원으로 기업이 주장하는 피해액(1조5404억원)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기업이 1년 전보다 정부를 비판하던 태도가 소극적으로 바뀐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개성공단 기업 내에서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은 작년 공단 폐쇄 직후 정치권을 찾아 피해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 2월 말 자체적으로 추산한 1차 피해금액(최소 81152억원)을 근거로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피해 보상 근거가 법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상특별법 제정에도 적극적이었다. 기업들은 임진각이나 광화문 등 '거리'로 나가 피해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여러 차례 방북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실제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특별법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정부는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남북간의 안보긴장, 정부 차원의 피해지원 대책, 종북 프레임도 '공단 폐쇄가 불가피했다'는 여론을 확산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왼쪽 세번째)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위헌소송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위헌소송 청구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왼쪽 세번째)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위헌소송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위헌소송 청구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개성공단 사태' 색깔바꾼 탄핵정국

개성공단 기업이 사태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카드로 '공단중단의 위법성'을 꺼내든 시기는 작년 5월이다.

당시 개성공단 기업은 정부의 공단 폐쇄 결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소송은 공단 폐쇄가 '국민의 재산권을 법률로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헌법 제23조에 위배됐는지를 가리는 게 골자였다.

개성공단 기업은 정부의 결정이 법률에 의거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 조치에 대한 대응과 국제사회와의 합의라며 '정당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개성공단 기업이 내민 카드는 탄핵정국을 맞이하면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준비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개성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개성공단 폐쇄'를 적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최종 탄핵소추안에서는 개성공단 내용이 빠졌다.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지만 법적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개성공단 사태에 미치는 영향이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정국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개성공단 기업 스스로도 박 대통령의 탄핵을 개성공단 사태로 연결짓는 데 경계하고 있다. 정기섭 비대위원장은 "공단 중단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개성공단 사태의 주도권은 정치권이 쥐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러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대북 정책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개성공단 입장에서 장·단점이 있다. 개성공단 사태가 이슈화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정치적 논리에 밀려 정작 당사자인 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탄핵소추안을 작성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태를 간과해 탄핵소추안에서 제외시킨 것이 아니다"라며 "보다 빠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돕기 위해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의 탄핵은 개성공단 사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선 후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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