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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권한대행, 헌법재판소장 임명?…헌법학자들 답변은

설문응답 16명 중 9명 '불가', 7명 임명 가능 의견
임명 가능의견 7명 중 3명은 "가능해도 자제해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01 16:29 송고 | 2017-02-01 16:40 최종수정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가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병석 전남대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17.1.31/뉴스1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31일 퇴임하면서 헌법재판관 한 자리가 공석이 됐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심리 중에 있고, 신임 헌법재판소장 임명 여부가 탄핵심판 일정과 결과에 일정 수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헌법조항의 문리적 해석을 근거로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해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이 신임 헌법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현직 헌법학 교수 16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9명의 학자가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고 나머지 7명의 학자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헌법 해석상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7명의 학자들 가운데 3명은 "법 해석상 임명은 가능하지만 가급적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설문에 응답한 16명의 헌법학자들은 모두 권한대행의 범위가 ‘현상유지’에 국한돼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현상유지’의 범위를 각각 달리 봤다. 즉 학자들은 헌법재판관을 새롭게 임명하는 것이 ‘현상유지’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 "권한대행 권한 넘어서는 것" vs "9인 체제 현상 유지"

황 대행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헌법재판소장이라는 ‘헌법기관’을 새로 임명하는 것은 현상유지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임명불가 입장을 밝힌 헌법학자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6년간 헌법재판소장 직을 맡게 될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권한대행 체제가 장기간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임명불가의 이유로 꼽고 있다.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행위는 현상유지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권한대행은 말 그대로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행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명지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헌정사에 남은 과거 권한대행의 사례에 비춰 봐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권한 대행이 헌법기관을 임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신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것은 새로운 헌법기관을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9인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현상유지’의 범위에 포섭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공백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직을 공석으로 놔두는 것을 현상유지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다만 국무총리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비선출권력이기 때문에 황 총리가 혼자서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국회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정한 9인 재판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현상유지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전 교수는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석인 재판관 자리를 채우지 않는 것은 사실상 한 명의 재판관 의견을 기각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며 "탄핵 인용 정족수인 6명의 재판관을 기준으로 보면 9명 중 6명이 탄핵 찬성 의견을 내는 것과 8명 중 6명이 탄핵 찬성 의견을 내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한 명의 재판관이 공석일 경우 한명의 재판관이 기각의견을 낸 상태로 남겨두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권한대행 헌재소장 임명은 상당히 부적절" 

설문에 응답한 16명의 헌법학자 가운데 12명의 학자들은 현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법 해석에 따라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한 7명의 헌법학자 가운데 3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에 있고,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소송전략이 재판지연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태에서 탄핵심판을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재판소장 임명은 자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9명의 헌법재판관 체제를 정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소장 공석 사태를 비상사태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관 임기제를 취하고 있고, 임기가 종료되면 헌법재판관의 궐위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임기를 마친 재판관이 퇴임하고 나가서 자리가 공석인 상태를 비상적인 상황으로 보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미국의 경우 스카일라 대법관이 지난해 2월 사망한 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앞으로 오랜 시간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을 자제했다"며 "궐위가 자연스럽게 예정되는 임기제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의 재판관 공석을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것은 9명의 헌법재판관에게 재판 받을 권리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고 신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야당의 주장과 달리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장 임명 여부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법 해석상 재판소장 임명이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 탄핵심판이 계속 중인 상황에서 신임 재판소장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것에 대해서만 다수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했을 뿐이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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