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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송환 짧으면 2~4개월 길면 2년 이상…특검수사 차질

빠른 송환 가능한 인터폴 적색수배 기회 날려
자진귀국 의사 따른 '간이인도절차' 최장 40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1-09 05:30 송고
© News1

8일 특검이 덴마크 사법당국에 의해 구금 중인 정유라씨의 자진귀국 의사에 상관없이 범죄인 인도를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른 절차는 반드시 송환청구대상 국가의 사법절차를 거쳐야만 하고, 이에 대한 불복절차를 두고 있기 때문에 특검 존속기간 내 정씨의 한국소환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씨가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 경찰에 의한 체포 및 향후 강제송환 등을 놓고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경우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정씨가 덴마크 사법당국의 결정에 불복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짧으면 2~4개월 내에 정씨의 국내 송환이 이뤄질 수 있다.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특검의 잔여 활동기간이 채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으로 특검의 정씨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국외 도피 상태에 있는 범죄 피의자를 국내로 송환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인터폴 공조를 통한 송환방법과 범죄인인도협약 상 범죄인인도청구를 통한 송환으로 나눠진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국내송환 방법 중에 범죄인인도청구보다는 인터폴을 통한 강제추방 업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인터폴 공조에 따라 적색수배 등이 확인되면 인도청구대상자를 추방하고, 인도청구국 사법경찰관이 인터폴 공조 요청에 따라 체포하고 신병인도를 청구한 국가의 사법경찰관에게 인도하는 방식을 통해 국내로 송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 여권 살아 있어 체포 당시 덴마크 체류자격에는 문제 없어

정씨 체포 당시 정씨는 인터폴 수배대상이 아니었고, 현지 경찰에 따라 현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나라 사법당국이 인터폴에 정씨의 적색수배를 요청한 뒤 적색수배 발령 전 체포됐다.

정씨 체포 뒤 인터폴은 적색수배 발령목적이 '신병확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덴마크 사법당국에 의해 이미 정씨의 신병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적색수배 발령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체포 당시 정씨 여권이 살아있는 상태여서 덴마크의 외국인법과 솅겐조약 등에 따라 정씨의 덴마크 체류자격에도 법적인 문제가 없던 상태였다.

결국 지난한 법적 절차를 뛰어 넘어 정씨를 조기송환할 수 있는 방안은 인터폴 적색수배에 따른 추방과 국내 수사관의 현지 파견 등을 통한 신병인도 등이었다.

하지만 애매한 체포시점 때문에 더이상 정씨가 인터폴수배와 이에 따른 추방명령 등을 통해 국내로 송환될 여지가 없어졌다. 현 상황에서는 범죄인인도제도를 통해서만 국내로 송환할 수 있다. 

범죄인인도제도가 인터폴에 의한 수배와 달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반드시 인도청구를 받은 국가의 '내부적 사법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즉 덴마크 법원은 범죄인인도협약과 덴마크 내국법 등에 따라 한국 정부의 인도요청을 놓고 정씨를 인도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정씨 측이 덴마크 법원의 인도 결정 등에 불복할 경우 법의 일반원리인 적법절차원리에 따라 정씨의 항소권 등을 보장해 줘야 한다.

덴마크 사법당국이 한국에 협조하기 위해 빠르게 절차를 진행해도 짧게는 2~4개월, 정씨가 덴마크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를 계속할 경우 길게는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 정씨는 EU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라 송환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덴마크 사법당국의 결정에 대해 EU인권재판소 등에서 국제법 절차에 따라 개인신분으로 관련 사안을 다시 다툴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정씨가 최순실씨와 자신과 관련한 범죄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까지도 해외에서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 한-덴마크 형법 달라 …덴마크법상 범죄 아닐 경우 송환거부 가능

범죄인인도제도 적용으로 소환되려면 정씨가 받고 있는 범죄혐의가 △인도대상범죄(extraditable offences)에 해당돼야 하고 △쌍방가벌성(Dual Criminality)도 인정돼야 한다.

즉 덴마크 측이 범죄인인도제도에 따라 정씨의 신병을 우리나라에 넘기려면 정씨의 범죄혐의를 우리나라법과 덴마크법 모두가 중범죄로 정하고 있어야 하고, 해당 범죄에 대해 양국 모두 형량을 징역 1년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6일 모하마드 아산 덴마크 검사는 "한국 검찰이 보낸 자료를 바탕으로 송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으로 미뤄볼 때 덴마크가 한국 검찰에서 받은 서류를 바탕으로 정씨 혐의의 △인도대상범죄 △쌍방가벌성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씨의 범죄혐의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과 관련된 '업무방해'혐의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이다.

정씨의 혐의 가운데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은 덴마크 형법 역시 높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어 '쌍방가벌성' 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씨에게 제기된 주요한 범죄 혐의인 '업무방해' 혐의와 딱 맞아 떨어지는 덴마크 형법 조항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덴마크 사법당국이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정씨 송환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씨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덴마크 현지경찰에게 체포됐다면 덴마크 내에서 별도의 사법절차를 반드시 거치지 않아도 됐고, 이민국의 결정으로 국내 조기 송환이 가능했던 만큼 정씨의 체포시점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자진귀국 거부할 경우 특검 존속기간 내 송환 사실상 물건너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특검의 활동기간이 채 50여일도 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씨가 자진귀국을 거부하고, 법정절차를 밟아 이의를 제기할 경우 특검 존속기간 내에 국내로 송환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한 국내송환이 무산된 상황에서 정씨가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조기송환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특검이 덴마크 측에 '긴급인도구속(Provisional arrest)'을 청구하고 덴마크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정씨가 자진귀국 의사를 밝힐 경우 ‘간이인도절차'를 통해 국내로 송환할 수 있다. 간이인도절차는 청구국가가 '긴급인도구속'을 요청한 상태에서만 받아들여진다. 그나마 법무부가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씨의 조기송환 가능성은 열려있게 됐다.

'간이인도절차'는 송환대상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귀국의사를 밝히는 때에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덴마크 내 사법절차 등을 생략할 수 있다. 단 ‘간이인도절차’가 진행되려면 정씨가 자신의 신병인도에 관한 동의의사를 권한 있는 덴마크 당국에 명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EU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라 정씨가 덴마크 당국에 인도송환에 대한 동의 표시를 해도 덴마크 사법당국이 20일 이내 인도여부를 결정해 한국 측에 이를 통보한다. 또 한국에 통보한 뒤 20일 이내에 정씨의 신병을 인도할 수 있다. 결국 정씨의 자발적 귀국의사에 따라 간이인도절차가 진행돼도 최장 40일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자진귀국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아직 덴마크 당국이 정씨가 자진 귀국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식발표하지는 않은 상태다.

뜻밖의 문제는 덴마크 사법당국이 정씨의 덴마크 현지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사법당국이 인도청구의 근거로 제시한 범죄 이외의 다른 범죄를 정씨가 덴마크 체류 당시 저질렀다는 사실을 덴마크 사법당국이 포착할 경우 자국 내에서 형사절차를 밟기 위해 재판이나 형 집행이 종료될 때까지 인도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모하마드 아산 덴마크 검사는 "정유라가 덴마크 현지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그 부분은 수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산 검사의 발언에 비춰 덴마크 사법당국 역시 정씨의 신병을 한국 정부에 인도하기 위해 다양한 사안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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