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News1 |
민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강문대 변호사(48·사법연수원 29기)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일부를 공개했다.언론노조 측이 이날 공개한 비망록을 보면 김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9월4일 '법원 영장-당직판사 가려-청구토록'이라고 적었다. 이는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77)등 청와대 차원의 지시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법원별로) 평일에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하는 판사가 정해져 있는데 주말에는 당직 판사가 돌아가면서 한다"며 "청와대가 당직 판사의 명단과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데 (법원의) 협조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주말에 (영장실질심사를) 하게 되면 영장을 잘 발부해 줄 것 같은 사람으로 하라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이렇게 가려서 한다는 것은 법원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이 비망록에는 2014년 9월6일 김 전 실장이 '법원 지나치게 강대·공룡화. 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이라고 김 전 수석에게 지시한 부분도 있다. 특히 법원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문제로 압박할 것과 갑(甲)일 경우라는 단서도 달았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 등 법원 고위 관계자들과의 스킨십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비망록에는 '법원 지도층과의 현하(現下·현재의 형편 아래) communication(의사소통) 강화'라고 적혀 있다.
강 변호사는 "청와대가 상고법원을 이용해 법원을 길들이고 법원 지도층과 교류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제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 전 비서실장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1심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쓴 김동진 부장판사를 '비위 법관'으로 지목해 직무에서 빼도록 언급한 사실 등도 드러났다.
비망록에 적힌 날짜인 2014년 9월22일을 보면 김 전 실장을 뜻하는 '長'(장) 표시 옆에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김 부장판사는 실제 같은 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법관윤리강력 위반을 이유로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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