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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오월' 화가 홍성담 "김기춘 전 실장 고소할 것"

(광주=뉴스1) 최문선 기자 | 2016-11-13 15:39 송고 | 2016-11-13 15:43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 오월'/뉴스1© News1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 오월'/뉴스1© News1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했던 '세월오월'의 홍성담 화백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뜻을 밝혔다.
홍성담 화백은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이 드러난 점, 저를 사이비 예술가라고 칭한 점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문 변호사에게 고소장을 만들어 놓고 제출시기를 보자고 말해둔 상태"라며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복잡하니 추이를 봐 가며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TV조선이 최근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이념 성향으로 분류한 내용이 나와 있어 진보 성향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데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중 2014년 8월8일자 메모에는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조치 강구'라는 문구가 김 전 실장의 지시라는 표시와 함께 적혀 있다.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강조됐다.
같은 해 10월2일에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인 2014년 중반과 시기가 일치해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커진 상태다.

홍 화백은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작품 '세월오월'을 그린 작가로, 2014년 9월5일부터 11월9일까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광주정신展'에 해당 작품 출품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세월오월은 가로 10.5m×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으로, 세월호 참사와 5·18민주화운동을 연계한 작품이다.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세월호'를 들어올리며 승객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고 유모차를 앞세운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말라'는 펼침막을 들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모습이 묘사됐다.

작품 왼쪽 상단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했다.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당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등이 웃고 있는 모습도 담겼다.

하지만 8월6일 광주시가 돌연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홍 화백의 작품은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광주비엔날레재단에 특별전 작품 제외와 홍 화백을 특별전 참여작가에서 해촉할 것을 지시했다.

홍 화백은 이후 박 대통령 모습을 '허수아비'에서 '닭' 형상으로 바꿔 다시 작품을 제출했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전시를 유보했고 결국 8월24일 작품을 자진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책임큐레이터와 재단 대표이사 사퇴, 참여작가의 작품철회 등 상당한 후폭풍이 일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문화예술계의 거센 반발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 오월'/뉴스1© News1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 오월'/뉴스1© News1


이와 관련 홍 화백은 윤장현 광주시장이 당시 사건를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화백은 "당시 비엔날레 관계자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상당히 높은 곳에서, 위에서 직통으로 비엔날레에 전시불가방침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저에게 굉장히 어렵고 외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미 광주시 차원이 아닌 외부상부로부터 상당한 압력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에 시장은 비엔날레가 (전시를) 결정하면 자기는 하겠다 하고, 비엔날레에서는 시장이 결정을 해달라 하며 모든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걸 볼 때 그 압력이 비단 시장에게만 행정적으로 내려온 게 아니고 또 다른 루트를 통해서 비엔날레에도 직통으로 꽂혔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 즈음엔 시장이 알아서 밝힐 건 밝혀야 한다"며 "(당시 비엔날레 대표였던) 현 이용우 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 관장도 함께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뜻도 함께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1만명 예술가 중엔 제 이름이 빠져있는 건 뭔가 잘못된 거다. 얼마나 명예스러운 그 시대의 예술가로서 명단에 빠져있는 게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지 모른다"며 "왜 나를 빼서 내 명예를 더럽히느냐 그런 입장에서 조 장관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oo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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