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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흔한 놀이 '고스톱'‥ 도박죄와 무죄 사이

장소·지위·재산정도 고려 일시 오락인지 판단
액수 적다고 무조건 무죄되는 것은 아니야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2016-09-15 07:38 송고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추석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빠지지 않는 것이 고스톱이다.

둘러앉아 그동안의 안부도 나누면서 화투장을 돌리다 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가족끼리 흥에 겨워 시작한 고스톱이 과해지면 자칫 도박죄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장소·지위·재산정도 등 고려해 일시 오락인지 판단

법원은 도박의 장소,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정도, 도박 그 자체의 흥미성 등에 비춰 일시 오락에 지나지 않는 도박에 대해선 도박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1년 당시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 하상익 판사는 도박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해 2월 지인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함께 고스톱을 친 A씨는 1점당 200원을 걸고 25회에 걸쳐 고스톱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 판사는 A씨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A씨는 평소 아는 사람들 7명과 지인의 집에 모여 4명씩 2개조로 고스톱을 쳤다"며 "A씨는 당시 일정한 직업이 없어 수입이 없는 상태였지만 함께 도박을 한 이들은 월60만~80만원 정도의 수입을 각자 얻고 있거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지인들은 1점당 200원을 걸고 도박을 했고, 도박을 한 시간과 횟수도 약 2시간에 걸쳐 25회 정도에 불과하다"며 "A씨와 지인들의 직업·재산 및 수입정도, 고스톱이라는 도박의 친숙성, 도박시간·횟수, 도박에 건 재물의 근소함 등을 살펴 볼 때 A씨와 지인들의 도박은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A씨가 도박죄로 1회 처벌받은 적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도 "원심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2심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며 "도박죄에 있어 '일시 오락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액수 적다고 무조건 무죄 아냐 

하지만 고스톱에 오고 간 액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도박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 9월 당시 수원지법 형사3단독 최우진 판사는 도박혐의로 기소된 B씨 등 5명과 도박방조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각각 벌금 5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 등 5명은 지난해 2월 C씨가 제공한 지하방에서 1점당 100원씩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5만7000원을 가지고 수십회에 걸쳐 고스톱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이들 5명에게 장소와 화투,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등 도박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판사는 "도박장소와 B씨 등이 모이게 된 경위, C씨가 대가를 지급받으면서 장소를 제공하게 된 경위, 단속 당시 도박장소에 피고인들을 포함해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던 현장 상황 등에 비춰보면 B씨 등의 행위는 일시 오락의 정도를 넘는다"고 밝혔다.

B씨 등 4명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 5월 2심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 기각 판결했다.

또 액수가 적어도 소득이나 재산 상태에 비춰 과한 경우 유죄가 인정되기도 한다.

2015년 10월 당시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장재익 판사는 도박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D씨는 지난해 5월 지인들과 1점당 50원씩 지급하는 방법으로 10회에 걸쳐 고스톱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판사는 "도박에 건 재물이 비교적 소액이라 해도 D씨가 독거노인으로 기초연금 9만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한 장소에서 수회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점을 비롯해 D씨의 재산 상태나 같이 도박한 사람들과의 관계, 도박 횟수 등에 비춰 D씨의 행위가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d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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