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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복도에서 부딪혀 5년 시각장애…위자료가 고작 100만원?

고통 극심해도 노동능력상실률 낮으면 위자료 적어
"정신적 충격" 고려 않던 과거기준 계속 적용이 문제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8-18 06:00 송고 | 2016-08-18 23:37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학교 복도를 걷다가 달려오는 다른 학생에게 부딪혀 그 충격으로 눈뼈가 부러지고 눈동자 위치가 뒤바뀌어 병원에서 5년 동안의 한시장애를 입은 학생에게 법원이 위자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이 치료비 등 구체적으로 발생한 손해 외에 정신적 충격 등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고 있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빈번한 교내 안전사고 등에 따른 상해나 장애발생에 대한 위자료 현실화 논의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등에서 안전사고로 상해나 장애를 입게 되는 학생들과 학부모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게 산정돼 문제가 되고 있다. 

◇ 성장기 아동 5년 한시장애 판정받아도 위자료 100만원 불과

지난 9일 수원지법 민사 제9단독(김동혁 부장판사)은 A양(15)과 A양의 부모가 학교에서 A양에게 상해를 입힌 B양의 보호자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양에게 위자료 100만원, A양의 부모에게는 각각 2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지난 2013년 10월 교실에서 나와 복도 오른편을 걸어가던 중 복도 끝 모퉁이에서 빠른 속도로 뛰어오던 B양과 부딪혔다. 
B양은 A양과 부딪히면서 머리로 A양의 눈 부위를 들이받았고, 이 바람에 A양은 오른쪽 눈뼈가 골절되고 눈의 연조직 부분이 골절부위 틈으로 빠져나오는 상해를 입었다. 

A양은 대학병원에서 부러진 눈뼈를 바로 잡는 수술과 부러진 뼈 사이로 빠져나온 눈의 연조직을 바로잡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A양이 입은 상해는 바로 회복되지 않았고 5년간의 한시장애 판정을 받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A양은 오른쪽 눈동자가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눈을 위로 치켜뜬 것과 같은 상태로 유지되자 대인관계 등에 문제를 겪는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수술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학업에도 지장이 있었다. 

A양의 부모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A양의 수술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A양의 부모도 A양 못지않은 심리적 고통을 받았고, A양의 수술 등을 위해 병원을 함께 오가는데 돈을 지출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A양의 부모에게 각각 20만원씩의 위자료만을 인정했다. 

◇ 피해자 고통 아랑곳 않고 '노동능력 상실률'로 산정

법원은 A양과 A양 부모의 위자료를 각각 100만원과 20만원씩으로 책정한 이유에 대해 "A양이 사고일로부터 5년간 노동능력상실률 2%의 한시장애를 입게 된 것을 전제로 A양과 A양 부모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사람이 사고로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치료비 등 구체적으로 발생한 손해 △상해 등으로 발생한 노동 능력 상실에 대한 일실수입 △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손해배상액 산정기준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해 정하는 손해배상액은 실제 손해를 입은 사람들이 입게 되는 고통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양의 경우와 같이 상해로 인해 장기간의 고통을 받게 되는 경우도 노동능력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위자료가 낮게 책정되는 것이 다반사다. 

법원이 노동능력 상실에 대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 자체도 외국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낮다. 

대법원이 2013년 발표햔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지마비 피해에 대한 국내 위자료는 8000만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3억, 영국은 5억, 독일은 8억, 이탈리아는 15억, 미국은 70억원을 위자료로 인정하고 있다. 

위자료 액수산정은 법관의 재량상황이다. 이 때문에 입법부인 국회와 법조계에서는 최소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일정부분 배상할 수 있을 정도로 위자료 액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업의 불법행위’나 ‘특허권 침해’ 사건 등에 대한 위자료 액수 현실화에 대해서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빈발하는 안전사고로 상해를 입거나 장애를 겪게 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자료 액수는 더 낮아지게 된다.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학교나 학교를 설립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도, 사고를 일으킨 학생에게 일반적인 계도 차원의 훈계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와 지자체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013년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다른 학생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코뼈가 골절된 C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뼈가 내려앉아 장시간 고통을 겪었지만 학교 선생님이 학교폭력에 대해 계도 활동을 해왔다는 이유로 선생님과 학교의 손해배상 책임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국가배상법 2조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만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혜승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법원이 손해배상 금액이나 위자료 산정 시에는 최종 결과만을 기준으로 하고, 다른 사건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범위내에서 기계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아무리 마음고생을 겪는다 해도 반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런 상황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던 과거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할 수 있는 새로운 손해 산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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