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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왜 태도 바꿨나…'안갯속' 원유시장 어디로

FT 5대 이슈 정리 "OPEC 권위에 다시금 의문"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6-04-18 10:35 송고 | 2016-04-18 10:36 최종수정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반사우디아라비아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AFP=뉴스1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반사우디아라비아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AFP=뉴스1

중동의 영원한 숙적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 결국 산유량 동결합의의 발목을 잡았다. 16개 주요 산유국들은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모여 저유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였지만 동결 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감산은 커녕 동결조차 이루진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원유시장 상황은 더욱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번 합의 불발과 관련해 원유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다섯 가지 이슈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했다.
1. 유가 얼마나 떨어질까

최소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는 점에서 18일 유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도하회의가 열리기 전인 15일 투자자들에게 동결불발시 유가 급락에 대비할 것을 조언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40달러선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도하 회의에서 애시당초 감산은 주요 의제가 아니였다고 상기했다. 런던 소재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애널리스트들은 "산유국들이 생산을 동결하더라도 수급 균형에 실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올해 당장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산유국은 러시아와 이란 둘 뿐이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감산이라는 돌발 변수도 나왔다. 쿠웨이트의 원유생산은 60%나 줄었다. 저유가로 인해 정부가 공공 부문 임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동자 대파업이 발생한 영향이다. 쿠웨이트의 감산 규모는 현재 전세계 원유 초과공급분에 해당할 정도로 크다.

2. 사우디는 왜 입장을 바꿨나

17일 도하 회의 이전에 준비된 합의문 초안은 각국이 산유량을 지난 1월 수준으로 동결하고 오는 10월까지 이같은 동결을 지속한다는 계획이었다. 초안 작성에는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부 장관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사우디 왕정이 이란을 포함한 모든 OPEC 회원국의 동참을 재차 요구했고 합의는 불발됐다. 왕위계승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30) 부왕세자의 발언이 결정타였다. 도하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블룸버그통신은 살만 부왕세자와가 최근 인터뷰에서 일일 생산을 100만배럴 넘게 즉시 늘릴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기사화했다.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도하회의 결과에 대해 "현재 사우디가 이란에 호의를 베풀어 줄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의 계속되는 지정학적 분쟁이 현재 사우디 석유정책의 요인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결과의 최대 시사점은 30세의 살만 부왕세자가 사우디 석유정책에 미치는 영향력과 권력이 한층 강력해졌다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3. OPEC 정책에 대한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번 도하 회의는 석유수출국(OPEC) 총회는 아니었지만, 산유국 카르텔인 OPEC의 깊은 내분을 보여줬다. 특히, 수 년동안 서방의 경제제재로 움츠렸던 이란이 사우디와의 갈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번 회의로 OPEC는 원유 공급을 집단적으로 관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번 회의가 원유 시장에 대한 OPEC의 영향력과 권위에 대한 의문을 또 다시 제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4. 이란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까

이란은 이번 회의에 석유장관은 커녕 정부 대표조차 보내지 않았다. 이란은 회의 이전부터 줄기차게 동결 불참의사를 분명히 했다. 수 년 동안의 제재가 올 1월 겨우 해제돼 시장에 복귀한 상황에서 생산 동결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제안한 생산량은 일평균 400만배럴이다. 이달 초 이란의 생산은 일평균 293만배럴로 알려졌다.

동결 불발에 따른 유가 급락에도 이란의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3월 이란산 원유수출은 전월 대비 일평균 10만배럴 늘어난 160만배럴로 추정된다. 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2년 중반 이란의 수출 원유는 일평균 220만배럴이었다.

5. 향후 어떤 일정이 있나

FT는 18일 당장 유가가 곤두박질하더라도 다음 OPEC 총회가 열리는 6월 이전에 또 다른 산유국 회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살레 알-사다 에너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유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당장 합의도출에 대한 압박이 덜 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OPEC 총회 이전 까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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