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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입국까지 '유가 반등'을 원하게 된 이유

에너지 관련 부채위험, 여타부문으로 '금융긴축' 확산
형편 나았던 '걸프 6개국'도 1000억불 차환부담에 직면

(서울=뉴스1) 장안나 기자 | 2016-02-29 07:32 송고 | 2016-02-29 08:26 최종수정
석유수출국기구(OPEC) © AFP=뉴스1
석유수출국기구(OPEC) © AFP=뉴스1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를 수입해 쓰는 나라와 에너지 소비 산업 및 소비자들은 큰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 모두가 힘들어지게 된다. 원유생산 기업과 산유국의 신용위험이 커지면 그 충격이 여타 산업과 국가들에까지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아랍국들이 2년간 약 1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상환 자금을 구하는 데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 기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과 부채의 절반이 은행권에 집중된 만큼, 이들의 차환비용이 증가하면 금융환경의 긴축양상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차환'은 새로 빚을 얻어 기존의 부채를 갚는 것을 말한다.   
◇ 아랍국 2년간 940억弗 차환 고전할 수도

HSBC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이 향후 2년간 총 94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차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과 대출 규모는 각각 520억달러, 420억달러에 이른다.

GCC 6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UAE와 카타르, 오만과 바레인이다. 부채상환 부담은 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에 집중되어 있다. 
원유수출로 먹고 사는 아랍국들은 저유가가 심화, 장기화하면서 자금사정이 매우 나빠졌다. 향후 2년간 GCC 국가들이 직면할 재정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액은 총 39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신용등급까지 연달아 하향 조정된 탓에 이자를 훨씬 더 많이 줘야만 이 적자를 메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HSBC는 다만 이들이 부채상환 자금 조달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다만 예산적자를 메우기 위한 해외국채 신규발행 수요가 부채상환용 자금수요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 미국·유럽 은행, 충당금 부담 커져

사우디와 사운을 건 치킨게임을 벌여온 미국 셰일업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로펌인 헤인즈앤분에 따르면 작년부터 파산보호를 신청한 북미지역 에너지기업 수는 48개 이상에 달한다. 이들이 막지 못한 금융부채는 170억달러를 넘어섰다.

EOG리소시스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던 마크 파파는 "조만간 더 많은 업체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에너지부문에 특화된 사모펀드 리버스톤홀딩스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은행들도 에너지기업의 파산도미노에 대비하고 있다. JP모건이 5억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한 데 이어 웰스파고는 12억달러의 충담금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행권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들이 에너지기업 대출과 관련해 270억달러에 달하는 잠재 대출손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3년 동안 거둔 세전이익의 약 6%에 해당한다.

유럽 최대은행인 HSBC는 에너지부문 대손충당금 등이 늘면서 작년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순익증가를 기대한 시장의 예상과 달리 8억5800만달러의 세전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 아프리카, 투자자금 썰물에 '속앓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2014년 5억달러를 넘던 신규 유입자금이 작년에는 2300만달러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돈 줄이 막힌 나이지리아는 2016년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50억 달러를 해외에서 빌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10억달러를 마련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중국에 자금요청을 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탓에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율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이지리아는 세계은행 등에서 저금리로 40억달러를 지원받을 계획도 세웠다.

저유가를 매개로 한 글로벌 금융환경의 긴축 양상은 여타 업종과 국가들에게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에너지 부문의 신용악화로 부담이 커진 투자자와 은행들이 다른 곳에 대한 투자와 지원까지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연기금과 헤지펀드, 은행 등 아시아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들을 접촉해 본 결과 이들은 위안화와 유가 향방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골드만삭스는 "대폭적인 위안화 절하를 예상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글로벌 회사채의 투자심리 반등이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시각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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