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실리콘밸리 삼성 가보니..."한국과 진짜 다르네"

(새너제이(미국)=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01-11 14:00 송고 | 2016-01-11 17:27 최종수정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 미주총괄 SSIC 건물 전경. 반도체를 쌓아 올린듯한 독특한 외형에 쾌적한 근무 환경을 자랑한다.© News1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 미주총괄 SSIC 건물 전경. 반도체를 쌓아 올린듯한 독특한 외형에 쾌적한 근무 환경을 자랑한다.© News1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슈퍼 엘니뇨 탓에 우중충한 비오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지난 1월 8일은 간만에 해가 뜬 맑은 날이었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의 연구를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삼성실리콘밸리 이노베이션 센터(SSIC)를 이날 언론에 첫 공개했다.
2015년 9월에 재오픈한 SSIC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금 떨어진 새너제이 지역에 위치해 있다. 새너제이 시당국이 뉴욕의 맨해튼 거리처럼 육성하겠다는 1번 스트리트에 자리잡은 10층짜리 건물이다.

건물의 외관부터 특이하다. 적층 반도체를 형상화했다는 SSIC 건물은 총 10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10개 층 중 6개 층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반도체를 쌓아 올린 형상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창문의 크기는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반도체 칩에 들어있는 수많은 셀을 상징한다.

독특한 외관에 감탄하며 실내로 들어서면 이곳이 과연 대기업 건물이 맞나 싶다. 정방형의 건물 중심부가 시원하게 뚫려있어 1층 정원이 내려다보인다.

각 층의 절반 이상은 회의실과 카페테리아를 겸한 휴식공간이다. 사무공간에 놓여있는 의자 하나 책상 하나 흔한 것이 없다. 삼성을 상징하듯 삼각다리의 스툴부터 영화맨인블랙에서 본듯한 동그란 계란형 카우치까지 놓여있다. 이곳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자면 아이디어가 샘솟을 듯하다.
삼성전자 SSIC 신사옥 내부 전경© News1


메인 건물 가로세로 크기는 90.2m로 한국처럼 네모 반듯한 건물로 지을 경우 5000명을 수용할 만한 오피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간과 소통을 강화하자는 의견에 가운데를 뻥 뚫어 놓고 일부 층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설계를 채택했다. 설계와 건설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었으나 그만큼 근무 환경의 효율성을 높였다. 

SSIC가 현재 건물에 수용할 만한 인원은 2000명 수준이다. 회의실과 협업 공간, 휴식 공간을 많이 둔 덕분이다. 유휴 공간을 오피스 공간으로 활용하면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근무인력은 단 1200명이다. 그만큼 쾌적한 근무환경을 보장한다. 

일하는 방식도 한국과 전혀 다르다. SSIC를 찾은 시간은 금요일인 8일 오전 8시 30분 경이었다. 사무실에 나와 있는 인력은 층마다 10여명에 불과했다. 전체 인력의 90% 이상이 자리를 비웠다. 이유를 묻자 "휴가를 갔거나 오후에 나올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삼성전자 SSIC 신사옥 카페테리아 전경. 식사는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 News1
삼성전자 SSIC 신사옥 카페테리아 전경. 식사는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 News1


완전한 자율출퇴근제가 정착돼 있어 필요하면 나오고 일이 없으면 아예 출근도 하지 않는다. 낮엔 쉬고 밤에 출근해서 일을 해도 된다. 스마트빌딩 관리 시스템덕에 출근한 사람의 공간에만 공조 및 조명시스템을 가동해 건물 관리비용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출근했다고 해서 계속 일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5층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와 골프 퍼팅 연습장은 24시간 열려 있다. 전담 트레이너가 있어 언제든지 와서 운동을 하며 개인트레이닝(PT)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삼성이라면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 이후 사용을 권고하지만 이곳은 실리콘밸리 삼성이다. 아무나 언제나 이용한다.  

건물 투어를 하던 중 밥 브래넌 시니어바이스프레지던트(SVP)를 만났다. 메모리솔루션랩을 담당하는 수석부사장이다. 밥 부사장은 SSIC 건물을 착공할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테이프커팅을 하고 시삽을 했던 고위 인사다. 

밥 부사장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여타 직원과 똑같은 책상하나 의자하나 뿐이다. 임원이라고 해서 넓은 방을 주거나 높은 파티션 공간을 주지 않는다. 다른 것 하나는 밥 센터장 책상 옆 벽에 금색 삽을 걸어 놨다는 점 뿐이다. SSIC 착공식 때 밥 센터장이 시삽을 했던 것이다.

오전 9시 밥 부사장은 출근을 해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주변 10여개 책상은 모두 비어있다. 한국 삼성에서 연구 담당 전무가 출근했는데 부장과 차장은 물론 말단 사원까지 모두 휴가를 갔거나 오후에 출근하겠다며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책상은 스위치 하나로 높낮이가 달라진다.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스탠딩 근무가 가능하다. 건물 투어를 하는 동안 10여명이 서서 근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삼성전자 SSIC 신사옥. 1층에서 바라본 중심부. 건물 중앙을 정원으로 꾸미고 뻥 뚫어 놓아 시원한 뷰를 자랑한다. © News1
삼성전자 SSIC 신사옥. 1층에서 바라본 중심부. 건물 중앙을 정원으로 꾸미고 뻥 뚫어 놓아 시원한 뷰를 자랑한다. © News1

건물 중간인 8층과 5층은 외부로 바로 연결된다. 오피스 공간 대신 정원을 만들어 언제든지 나와서 쉴 수 있다. 정원엔 배수 시설과 급수 시설이 돼 있어 알아서 식물을 가꾸고 관리해준다.

카페테리아는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머리를 식히려면 언제든지 조깅도 하고 농구를 한다. 구글이나 애플의 근무환경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SSIC는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사물인터넷과 헬스케어 비즈니스 등을 중점연구하고 있다. 현재 주업인 메모리 반도체 스토리지에 대한 테스트와 시스템 LSI 사업도 파트너회사와 함께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다.

삼성은 실리콘밸리에 SSIC 외에도 SRA, GIC 등 3개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개방형 혁신 조직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다. 

SSIC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준비하고 있으며 GIC는 △벤처투자 △인수합병 △스타트업 기업 발굴 및 인큐베이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페이의 원형인 루프페이, 스마트홈기술의 스마트싱스 인수등이 GIC의 성과다. SRA는 차세대 미래 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 기어S2의 원형 베젤 UI가 SRA의 작품이다. 

삼성은 실리콘밸리를 배우면서 실리콘밸리식 벤처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대기업 삼성이 아닌 벤처 삼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각오다. 

삼성SSIC 신사옥 전경  © News1
삼성SSIC 신사옥 전경  © News1



xpe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