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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는 '방송+통신' 짝짓기 열풍…1년새 M&A 3배 증가

[방통융합시대, 판을 키우자③]해외통신사들, 성장정체 돌파 위해 M&A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5-12-30 11:13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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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은 지금 '융합전쟁' 중이다. 해외 미디어 기업들은 성장정체 돌파구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파트너 찾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 국내 방송·통신 시장은 가입자 포화, 소모적 저가 경쟁이라는 악순환에서 빠져 허덕이고 있다.
◇위기의 글로벌 방송·통신…돌파구는 '융합'

국내 방송·통신 시장과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서도 '성장 한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시청률 감소와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TV, 위성, 인터넷(IP)TV 상위 9개 유료방송사업자가 지난 2분기 잃은 가입자만 3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새로운 성장모델에 목말라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세계 방송·통신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흐름이 바로 방송과 통신이 서로 손을 맞잡는 대형 인수·합병(M&A)이다. 방송이 담아내는 콘텐츠와 통신이 보유한 첨단 디지털 기술의 교차점에서 '메가딜'이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유·무선 통신시장 1위 사업자 AT&T는 위성방송사 디렉TV(DRIECTV)를 약 56조원에 인수했다. AT&T의 모바일·인터넷 서비스와 디렉TV의 영상콘텐츠 플랫폼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스페인 1위 통신사 텔레포니카(Telefornica)는 위성방송사 커낼플러스(Canal Plus)를 9080억원에 인수했으며, 프랑스 케이블사업자 뉴메리커블(Numeri-cable)은 자국 2위 통신사 SFR을 약 21조원에 인수했다.

이처럼 지난해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성사된 M&A 건수는 11건으로, 거래규모로 따지면 2245억달러(약 262조원)에 달했다. 2013년 4건에 불과하던 통신업계 M&A가 1년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선진국들은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메가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위기의 산업을 구하려면 규제를 재편하고 M&A을 허용해야 한다"며 "이미 해외 통신사들은 계속해서 유료방송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 정책을 펴왔다"고 말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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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딜, 규제벽도 높아…한국의 '메가딜'은?

융합이 글로벌 추세라 하더라도 모든 M&A가 다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메가딜로 탄생하는 '공룡'이 공정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규제 당국의 인허가 벽을 넘지 못한다. 미국 1위 케이블사업자 컴캐스트(Comcast)는 타임워너케이블(TWC) 인수를 추진하다 규제 리스크로 포기했다. 두 사업자는 서로 사업권역이 달라 특정 지역에서 점유율이 급등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컴캐스트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과 시장지배력 강화로 인한 시장 불균형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Sprint)와 4위 티모바일(Tmobile)간 합병 추진도 수포로 돌아갔다. 두 회사 모두 점유율이 15% 내외에 불과했지만 미국 법무부는 티모바일이 가격파괴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경쟁자수 축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AT&T의 티모바일 M&A 역시 4위 사업자 소멸은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 심사를 넘지 못했다. 메가딜의 파고가 높지만 규제 장벽 역시 높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이슈를 놓고 일각에서 경쟁제한성 우려를 제기하며 해외 불허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불허 사례도 각 사업자가 처한 경쟁환경에 따라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컴캐스트와 TWC 사례는 공정경쟁 저해가 우려돼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망품질이 열악한 미국의 특수한 환경과 맞물려 있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은 사업자가 1개 내지 2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데다 초고화질(UHD) 서비스가 가능한 25메가비피에스(Mbps) 이상의 초고속인터넷은 전체 이용자의 29%만 이용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하면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투자와 속도경쟁이 저하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처럼 4개 이상의 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전국의 90%가 50Mbps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상황과는 다른 경쟁환경이라는 말이다.  

스프린트와 AT&T의 티모바일 인수 시도 역시 무선통신사가 또 다른 무선통신사와 합치려는 '동종결합'이다. 경쟁사업자 1곳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무선통신사 SK텔레콤이 유선사업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무선통신사 AT&T의 위성방송사 디렉TV 인수를 허가한 미국 정부는 '가격 인하 및 소비자 편익 향상'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T&T와 디렉TV M&A에서 초고속 광대역 접근성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수 조건을 부과했지만 유료방송사업과 관련한 인가조건은 전혀 부과하지 않았다. AT&T IPTV는 유료방송시장에서 5위고 디렉TV는 2위로 양사가 합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로 등극하지만 별도 인가조건을 두지 않은 것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AT&T와 디렉TV간의 합병은 미국 FCC가 허용했는데 이는 AT&T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AT&T는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한 1400만가구의 편익을 높이는 등의 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M&A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CJ헬로비전 인수로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미디어 산업의 '꽃'으로 통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은 디지털로의 전환을 유도해 수입을 늘려나가야 한다"며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 영향의 일환으로 케이블망이 기가급망으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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