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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4개 한국은 78개 '난립'…케이블TV 새판짜기 '절실'

[방통융합시대, 판을 키우자①] 성장판 닫힌 케이블TV 시장, 이대로는 '공멸'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5-12-28 08:05 송고 | 2015-12-28 14:11 최종수정
12월초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 News1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발표로 방송통신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시장지배력이 전이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면서 합병을 결사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는 두 회사의 합병심사를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KT와 LG유플러스의 시장입지는 사실상 SK텔레콤에 비해 현저하게 밀릴 게 뻔하다. 케이블방송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SK 품으로 안겼을 경우에 초고속인터넷과 방송시장에서 분명히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블방송 시장은 두 회사 합병을 계기로 꽉 막혔던 숨통이 되레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케이블방송업계는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에 침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가 왜 케이블TV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게 될까. 또 이를 계기로 방송과 통신시장은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될까. 방송과 통신업체의 첫 M&A를 두고 관련업계는 저마다 손익계산을 하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케이블TV '나홀로' 내리막…ARPU '세계최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4년말 유료방송 시장규모는 4조3978억원을 형성했다. 유료방송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인터넷방송(IPTV) 등 매달 일정금액을 받고 방송콘텐츠를 제공해주는 방송서비스를 말한다.

이 유료방송 가운데 케이블TV만 유일하게 지난해 뒷걸음질쳤다. IPTV는 1조4984억원으로 전년비 무려 33.2% 성장한 반면 케이블TV는 2조3462억원으로 1.4%(330억원) 감소했다. IPTV가 214만명이나 증가하는 동안 케이블TV 가입자는 13만명이 빠졌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케이블TV 업계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한때 M&A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었던 케이블TV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케이블TV는 1995년 '뉴미디어의 총아'로 불리며 10년만에 가입자 1200만가구까지 늘렸다. 이 가입자는 2009년 1505만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다 2007년 등장한 IPTV에 가로막히면서 진퇴양난에 빠지기 시작했다.

IPTV 시장에 뛰어든 통신3사는 케이블TV처럼 소유·겸영 제한이 없었다. 이에 케이블업계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외치며 불평등 규제에 대해 반발했다. 방송법의 규제를 받는 케이블TV는 IPTV법에 규제받는 IPTV보다 규제의 강도가 훨씬 셌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논의끝에 이젠 방송법과 IPTV법이 '통합방송법'으로 합쳐졌지만 그 당시 정부의 정책은 IPTV 진흥에 더 무게를 뒀다.

케이블TV업계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IPTV 시장의 포문을 열어준 정부는 '광고규제를 풀어 방송시장의 판을 키우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방송시장은 그 이후 별로 커지지 않았다. 방송시장은 커지지 않고 플레이어만 늘어나다보니 방송시장은 서로 뒤엉켜 '진흙탕 개싸움'만 반복하고 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가입자가 감소하다보니 케이블TV업계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의 가입자당월평균매출액(ARPU)은 7달러(약 7700원) 정도로 세계최저 수준이다. 미국은 87달러, 호주는 70달러에 달한다. 일본도 56달러며 인도네시아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12달러다. 

시장규모도 제한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송산업서비스 전체 매출은 15조원으로 미국 1위 케이블TV사업자 컴캐스트의 지난해 매출액 76조원의 2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국도 케이블TV 사업자가 4개뿐인데 우리는 좁은 땅을 또 쪼개어 78개 권역으로 나눠놨다. 78개 권역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5개와 개별SO 10개가 소유하고 있다. 78개로 나눠진 권역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으니 MSO들도 사업 시너지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20년동안 미국 케이블TV 시장은 M&A로 사업자가 31개에서 4개로 줄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거의 변화가 없다.

케이블TV업계가 이처럼 수익성도 떨어지고 성장판도 막혔으니 '미래 먹거리'에 대해 투자를 할 리 만무하다. 케이블TV업계의 투자규모는 2011년부터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멈춰선 상태다. 내년 투자규모도 엇비슷할 전망이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도 여전히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90%에 달한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성장판' 닫힌 케이블업계, 사업재편 불가피

설상가상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Over the Top)업체들이 우리 안방을 넘보고 있다. 케이블TV 시장재편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케이블 업계에서도 1등 사업자 CJ헬로비전의 매각 결정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지 오래다.

SO사업자인 하나방송의 이덕선 대표는 "이번 M&A에 대해 냉정하게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덕선 대표는 MSO 큐릭스 대표에 이어 티브로드홀딩스 대표까지 지낸 케이블TV 업계 1세대다.

이 대표는 "IPTV가 나왔을 때 케이블 사업자는 77개 나눠져 있고 방송권역에 대한 규제와 시청자 규제를 이중으로 받았다"며 "반면, IPTV는 전국방송 사업권을 허용하고 규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사이 IPTV는 통신사업자의 유무선 결합을 통해 입지를 넓혔고 케이블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그는 "케이블이 통신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발버둥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쟁이 안된다"며 "규제를 고쳐서 통신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든지, 아니면 구조조정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구도로는 어렵다는 말 이다. 판을 바꿔야 경쟁력이 커지고 신규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동네 빵집이 파리바게트로 다 바뀌었지만 지방에는 여전히 동네빵집이 있다"며 "하지만 그런 동네빵집은 '가업'이지 '사업' 나아가 '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케이블을 산업으로 키워야지, 가업으로 멈춰있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산업성장은 국가경쟁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을 연구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내부에서도 케이블업계에 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국책연구기관인데다 이번 M&A의 정부의 인가 심사가 진행중인 단계라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제한돼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방송분야에 조금만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케이블업계의 구조개편 필요성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케이블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데 사업자는 난립돼 있고 외국에서도 케이블은 시장이 줄어들다 보니 M&A를 통해 사업자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발표로 구조개편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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