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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매출도 투자도 '뚝'…ICT '젖줄' 말라간다

[방통융합시대, 판을 키우자②] ICT 생태계 성장위해 변화와 혁신 필요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5-12-29 08:10 송고 | 2015-12-29 13:47 최종수정
'IT 강국 코리아'를 이끈 주역인 통신사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올해 통신3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모두 감소했다. 1위 SK텔레콤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2조75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4억원 줄었다. © News1 이광호 기자
'IT 강국 코리아'를 이끈 주역인 통신사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올해 통신3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모두 감소했다. 1위 SK텔레콤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2조75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4억원 줄었다. © News1 이광호 기자


"정부는 통신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펴는 것 같다. 산업 진흥은 없고 규제만 있다. 통신사도 지금까지는 그래도 살 만해서 정부의 규제를 받아들였는데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지경까지 왔다."
국내 통신업계에서 민·관을 두루 거친 한 전문가의 말이다. 통신산업의 위기론이 사업자의 배부른 '엄살' 수준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IT강국 코리아'를 이끈 주역, 통신사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3개 통신사가 가입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벌이면서 초래된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기감의 정도가 다르다. 성장 정체가 현실화되면서 올해 통신3사 매출이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다.

2020년 상용화 목표인 5세대(5G) 통신 기술을 앞두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정작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구글, 애플 등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강자들이 국경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통신사는 '속빈강정'처럼 파이프라인(망)만 제공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의 '젖줄' 역할을 해온 통신사의 위기는 국가 ICT 경쟁력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전세계적 융합 트렌드로 인해 ICT 생태계가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그나마 강점을 보여온 네트워크 부문과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디바이스(기기) 부문마저 무너지면 한국 ICT의 미래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매출 하락하는 통신3사, 투자비 줄여 위기대응
이런 위기감이 응축돼 터져나온 것이 바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다. 현 구도로는 기업이 이윤을 내고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를 단행하는 선순환의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방송과 통신간 첫 결합을 뜻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건은 통신산업의 위기와도 직결돼 있다. 통신사들이 '모태'인 통신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굳이 방송으로 영역확장을 시도할 요인이 적다.

하지만 통신3사 모두 위기를 호소한다.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998년 1000만명, 1999년 2000만명, 2002년 3000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늘었다. 현재 가입자수는 5700만명을 넘어서 이미 인구수를 초과한 상태다. 성장정체가 현실화된 것이다. 올해 통신3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모두 감소했다. 1위 SK텔레콤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2조75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4억원 줄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그간 통신사는 쏠쏠한 현금 장사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2009년말 '스마트폰 신드롬'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폰으로 '모바일 생태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통신사 주도의 산업 패러다임이 무너졌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업체가 급부상했다. 통신사는 망만 빌려주는 네트워크 사업자로 전락하며 위상이 흔들렸다. 그나마 통신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4G 롱텀에볼루션(LTE)의 등장으로 2012년부터 통신사의 수익성이 반등에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상황에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면서 통신사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이 때문에 통신3사 모두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당장 투자부터 줄였다. 올 초만 해도 3사는 6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3분기까지 실제 투자액은 3조295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6조8710억을 투자했다. 시장위축으로 신규투자를 유인할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망'은 ICT 산업 성장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한국이 글로벌 ICT업계가 주목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온 것도 앞선 네트워크 기술 덕택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금 초일류 기업이 돼 있지만 한국의 고도화된 통신망이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CT 업계에서 네트워크 위상을 감안하면 통신업계의 위축은 ICT 산업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세계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5G 통신 시대를 앞두고 투자 위축은 미래의 ICT 먹거리와 직결된 문제다. 망 고도화로 5G는 막대한 투자를 요한다.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5G 세상이 창출할 ICT 산업 생태계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통신투자는 ICT '젖줄'…"판 바꿔 투자유인해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2000년부터 논의돼온 방송통신이 융합하는 시장의 힘이 자연스레 분출된 결과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케이블은 홈쇼핑 수수료로 먹고 살고 통신사도 가입자 경쟁을 하며 버텨왔지만 이제는 (현 구도로는) 더이상 답이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방송하면 텔레비전 수상기로 국한됐다. 이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방송기기는 휴대폰, 태블릿PC, 노트북PC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했다. 다양해진 방송 소비 환경 만큼이나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다양화되는 콘텐츠 분야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교차되는 방송산업은 통신과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분야도 바로 콘텐츠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로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방송플랫폼의 성공을 위해서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며 "콘텐츠에 투자가 돼야 플랫폼도 살아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산업 생태계를 키워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유료방송의 '판'을 바꾸고 투자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장 파이를 키워야 한다. 경쟁 확대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서는 경쟁과 기술혁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간 케이블 업계가 실기한 측면이 크다"며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전세계적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권역'이라는 단물에 빠져 안주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 전문가도 "그간 케이블업계는 '권역'이라는 '보호막' 속에 안주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투자를 하지 않고 정체돼 있는 산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M&A가 ICT 생태계에 새로운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형확대로 초래될 경쟁제한성 등 시장 파급 문제도 물론 풀어야할 과제다.

이광훈 중앙대 교수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에게 M&A라는 출구가 있어야 한다"며 "한계에 직면한 케이블사업은 '윈윈 방안'이 급선무고,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바로 M&A"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의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이 생존해야만 가치도 지속될 수 있다"며 "기본적인 가치 이전에 산업의 생존이 중요하고 시장환경에 맞는 시장가치의 재정립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케이블TV 업체의 위기는 자칫 약탈적 재무적 투자나 차이나머니의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건전하고 장기적인 국내 자본이 케이블 TV산업에 투입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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