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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가 도로에 세운 차 운전했다면…음주운전? 긴급피난?

법원 "사고 위험 줄이려 차량이동"…항소심서 무죄 선고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2015-09-21 17:18 송고 | 2015-09-21 17:29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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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기사가 도로 한 복판에 세우고 간 차량을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갓길로 이동시킨 차주에 대해 법원이 죄를 묻지 않았다.

수원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최규일)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송모(4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송씨는 2013년 11월22일 새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편도 3차로 도로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059% 상태로 10m 가량 차를 몰아 도로 가장자리에 세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조사에 따르면 송씨는 당시 서울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 A씨를 불러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나 경로 문제로 A씨와 언쟁을 벌였고 이를 문제 삼은 A씨가 도로 복판에 차를 세운 채 운전에 나서지 않았다.

송씨는 A씨에게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했고 급기야 송씨는 A씨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과 함께 112에 전화해 '대리운전 중에 손님(송씨)이 차키를 빼앗아 도로 가운데 있다'고 신고했다.

A씨는 신고 후 차에서 내려 인도로 갔고 송씨는 A씨에게 재차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A씨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송씨는 음주상태에서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10m 거리를 운전해 갓길로 차량을 이동시켰다.

그러자 A씨는 재차 경찰에 전화해 "차주가 음주운전도 했다. 빨리 와 달라"고 했고, 현장에 출동 경찰은 송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대해 원심은 송씨가 신호대기 중인 차량의 시동을 꺼버리고 A씨에게 하차할 것을 요구한 뒤 운전했다는 점을 들어 긴급피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의 행위가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 시동을 끄고 기사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기사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차를 움직이지 않고 세워뒀을 때부터 이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차가 멈춘 곳은 교차로 직전에 위치해 사고 위험이 높은 지점이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피고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고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려고 도로변으로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 이상 차량을 운전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운전 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써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sun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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