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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권력'된 출판사들, 개혁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문학에이스를 위해] 1. 추락하는 한국문학, 원인과 개혁방안은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6-25 18:59 송고 | 2015-07-03 23:50 최종수정
편집자주 신경숙 사태가 한국문학이라는 체제 전체의 작동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며, '누가 한국문학을 죽인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한국문학이 처한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1~2년 새 국내 주요 작가들은 신작을 내놓지 않다. 독자들은 외국 번역문학에 열광하고, 소설의 판매부수가 인문서에 밀린다. 초판 3000부 인쇄가 기본이던 문학책들은 그 절반 정도만을 찍는 상황이다. 문학담론은 이제 더 이상 화제를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단의 일각에선 "문학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경숙은 우리의 에이스가 아니었다"면서 "한국문학의 건강함을 위해 신경숙 아닌 다수의 다른 에이스를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뉴스1의 기획시리즈 [새로운 문학에이스를 위해]는 다섯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대표 작가 신경숙의 표절이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한국문학 생산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짚어볼 예정이다.

한국문학 추락의 원인은 자본의 논리에만 충실하게 복무한 대형출판사,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문학이 아닌 책상에서 이뤄지는 문학과 문학인을 양성해낸 대학 문예창작과, '돈이 안 된다'며 문학과 책 소개 지면을 줄이고 주례사 비평에 동참한 언론들로 압축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비평과 독자와의 소통에 주저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던 문학인들, 책 한 권 사보는 데 인색했으면서도 갖은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누리꾼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문학에이스를 위해] 시리즈는 검토와 비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건강한 대안과 개혁의 방법을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신경숙 소설가 © News1
신경숙 소설가 © News1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창비와 문학동네 등 '문학권력'이 자체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고 이를 실행할 수 있을 지 문단 일각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오길영, 권성우 교수 등은 신경숙 표절사태의 원인을 백낙청 체제 50년과 자체 문예지에서 '주례사 비평'을 일삼아 신경숙을 신화화시키고 단행본으로 판 문학동네의 시스템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관련기사
-신경숙 '표절 의혹'…"'문학권력'된 출판사 책임 크다"

이에 더해 오창은 중앙대 교수는 지난 23일 한국작가회의가 개최한 긴급토론회에서 "문제는 기존 문학권력의 갱신이 아니다. 기존 문학권력을 낙후시킬 수 있는 외부의 전복이 가능하냐다"라면서 기존 문학권력의 개혁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우려의 골자는 문학동네와 창비가 아무리 개혁적인 안을 내놓아도 그동안 출판사를 먹여살려온 대형작가와 대주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냐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학동네 주식의 45.5%는 대표인 강병선(강태형) 씨가 소유하고 있다. 또 서영채 외 5인이 44.5%, 김 모씨가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채씨는 문학동네 1994년 창간을 주도한 중진 비평가 중 하나다.

한 출판편집자는 서영채 외 5인 중에 신경숙 씨의 남편인 남진우, 류보선, 일부 언론매체 문학기자 등의 지분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강 대표가 최대 주주지만 비평가, 기자 등의 연합 지분도 그에 육박하는 막강한 규모라는 것이다.

한편 창비의 경우 백낙청 1인체제라는 말이 지분구조 속에도 드러났다. 백낙청 편집위원의 지분은 31.1%, 백 편집위원의 부인인 한지현씨가 7.8%로 두 사람을 합치면 지분은 40%에 육박했다. 그외 창비 전 사장인 김윤수씨가 18.8%, 창비의 고문인 고세현씨가 7.1%를 갖고 있었다.

한 경제전문가는 "기업에서 대주주의 지위는 지분에 비례해 막강해지며 40%의 지분은 엄청난 것"이라면서 "경영과 소유가 분리돼 있다 해도 큰 사업의 틀의 변화나 제안은 이사회에서 결정되는데, 이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대주주"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분구조의 문제와 더불어 대형작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문단에 따르면 창비의 전성기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고려원과 문학과지성이 발굴하고 문학동네가 키운 신경숙을 창비가 스카우트한 시기와 일치한다. 2008년 11월 출간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그 이듬해 곧바로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2012년 4월까지 누적 판매 부수는 200만부를 돌파했다.

이는 곧바로 창비 실적으로 이어졌다. 매출은 2008년 127억원에서 2009년 192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8년 9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은 '신경숙 효과'에 의해 1년 뒤 25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2011년 300억원이던 창비의 매출은 지난해 223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1년 54억원에서 지난해 15억원으로 급감했다. 2012~2014년 3년간 창비는 단 번도 연간 베스트셀러 20위권(교보문고 기준) 안에 들어가는 책을 만들지 못했으며 이 기간은 신경숙이 창비에서 소설을 내지 않은 기간과 일치한다.

한편 문학동네는 지난 19일 편집위원 회의를 열고 신 씨의 표절 논란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논의했다. 6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문학동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계간지와 단행본 출간에 관여하는 주체를 분리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류보선·남진우·서영채 등 1994년 창간을 주도한 중진비평가들은 대외적으로 여전히 침묵 중이다. 특히, 남진우 편집위원은 신경숙씨의 남편으로 하일지 소설가의 표절의혹을 제기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번 사태에서 제목소리를 내는 평론가들은 주로 대학에 적을 둔 교수 문학평론가들"이라면서 "개혁과 공론화의 장이 열렸지만 문학동네, 창비와 사활을 같이 하는 평론가들이나 이들 출판사에서 책을 내거나 원고료를 받아야 하는 평론가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여전히 강력한 '자본과 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문학동네와 창비의 지분구조가 순기능을 하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경영주의 지분이 과도한 경우나 기업공개를 해 일반인 주주들이 지분이 높은 경우 실적 압력에 시달리지만 평론가, 시인 등의 지분에 의해 과도한 자본 논리의 개입을 막고, 좋은 문학작품을 내는 문학의 논리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학동네가 참신하게 출판계에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낸 책을 자신들이 보유한 잡지를 통해 찬양 일변도의 평가를 내리고, 관련된 문학기자들이 대대적으로 기사로 다뤄 작가를 신화화하는 복합적이고 비양심적인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이를 남용함으로써 이들은 스스로 '문학권력'이 되버렸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창비와 문학동네, 문학과 지성사를 개선시키는 논의는 세 출판사의 몫"이라면서 "하지만 문제해결의 핵심은 새로운 전복세력의 출현이다. 예전의 문학동네 같은 새로운 개혁세력이 나와야 하며 이는 젊은 작가들과 비평가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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