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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2년 같았던 12일, 감옥생활 끝"…격리 해제 '보성마을'

(보성=뉴스1) 윤용민 기자 | 2015-06-22 08:19 송고 | 2015-06-22 17:52 최종수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마을출입이 통제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된 22일 오전 군 관계자들이 마을 소독을 위해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 News1 신채린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마을출입이 통제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된 22일 오전 군 관계자들이 마을 소독을 위해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 News1 신채린 기자
"얼마나 답답한지 정말 갇혀있던 12일이 12년처럼 느껴졌어요. 창살없는 감옥생활이 따로 없었는데 이제야 해방이네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해 마을이 통째 격리된 전남 보성군 주음마을의 이장 최덕희(75·여)씨는 22일 새벽 마을어귀에서 그 동안의 소회를 이같이 밝히며 웃어 보였다.
메르스 방지를 위해 보름 동안 외부와 격리된 채 지내온 이 마을 주민(17가구 32명)들은 이날 자정을 기해 격리에서 해제돼 자유를 되찾았다.

마을 격리조치가 내려진 것이 지난 10일 오후 6시부터 이날 0시께까지니 꼬박 270시간 만에 창살없는 감옥에서 탈출한 것이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마을 밖의 논과 밭을 일구러 가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등교를 준비하는 학생들, 운동하기 위해 나온 할머니, 병원 진료를 위해 읍내로 나갈 채비를 하는 할아버지.
주음마을 주민들은 격리가 시작되기 전과 같이 그렇게 서서히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마을출입이 통제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된 22일 오전 한 주민이 산책을 하고 있다 .  © News1 신채린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마을출입이 통제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된 22일 오전 한 주민이 산책을 하고 있다 .  © News1 신채린 기자


확진자 인근 집에 거주하고 있는 고정례(76) 씨는 "3개월 전 무릎수술을 해서 운동을 꾸준히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다리가 퉁퉁 부었다"며 "그래도 아무 일도 없이 격리가 해제돼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내 마음대로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논에도 못가니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는 이관옥(73)씨는 격리가 해제된 직후 "오늘이 마침 보성 5일장이 열리는 날인데 거기를 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마음이 마을 밖에 있는 논밭에 가 있는 주민은 마음 한 구석에 근심도 가득했다.

트럭을 타고 이른 시간에 논으로 가고 있던 한 주민은 "마을 밖에 있는 작물들이 잘 있는지 보러 가는데 걱정된다. 발 소리를 듣고 크는 놈들인데…"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주민들은 격리 기간동안 외부에서 보내준 관심과 성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 이장은 "이렇게 우리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신경쓸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아직은 우리나라가 살 만한 나라라는 것을 알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그 분들에게 직접적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거나 전화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음마을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이모(64)씨가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그날 오후 6시부터 사실상 폐쇄조치 됐다. 지난 7일 광주의 한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전남 지역 첫 메르스 확진환자로, 입원한지 12일만인 19일 완치판정을 받은 바 있다.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이었지만 17가구 32명의 주민들은 12일 동안 그 누구도 마을을 이탈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의심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각계각층의 격려와 성원도 큰 힘이 됐다. 전국 23개 기관과 단체에서 1000여개가 넘는 구호품이 전달됐다.

보성군 보건소는 매일 두 차례 가가호호 방문해 주민들의 발열 여부 등을 검사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격리 해제는 됐지만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마을출입이 통제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된 22일 오전 마을은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 News1 신채린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마을출입이 통제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된 22일 오전 마을은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 News1 신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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