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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노믹스]메르스보다 강한 SNS '엄마들의 입' 100% 활용법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5-06-21 13:38 송고 | 2015-06-24 10:47 최종수정
편집자주 이른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겪는 좌충우돌 일상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일종의 '육아가계부'라고 불러도 좋겠네요. 아줌마 기자가 쓰는 육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8일 오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대병원에서 아기 엄마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15.6.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18일 오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대병원에서 아기 엄마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15.6.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똘똘이 외할머니는 두 달 전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 용하다는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세에 디스크 수술은 한 달 뒤로 연기됐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발표했던 지난 4일 친정 식구들도 카카오톡 채팅방에 모여 진행한 일종의 긴급 가족회의에서 결국 메르스 사태 추이를 보며 일단 수술을 한 달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사자인 친정 엄마도 없이 진행된 가족회의였지만 언니들과 나는 한 목소리로 수술 연기를 주장했다. 병 고치러 갔다가 병 얻어 오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메르스 감염자 가운데 다수가 병간호를 하던 보호인이나 간병인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모두 출가한 딸들이 의료계 종사자이자 집안의 유일한 아들인 남동생의 수술 강행의지를 꺾는 순간이었다. 참고로 우리 친정 부모는 1남 4녀를 뒀다.

특히 초등학생 조카들을 키우는 언니들이 느끼는 메르스 공포는 상당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거나 잠시 머물러 갔다는 병원명이 공개되기 전이어서 그런지 막연한 공포감이 더 심했다. 작은 언니는 조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교장이 휴업령을 내리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인근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와 주의를 요하는 공문이 엄마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이미 퍼져 있는 상황에 불안이 심하다는 이유였다.

요즘 취학아동을 둔 엄마라면 대부분 자녀들이 소속된 학급별로 카톡방에 참여하기 때문에 메르스 관련 공문이 뜨면 대부분 증거 사진과 함께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고 한다. 게다가 같은 학부모가 올린 정보라는 점에서 신뢰도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수천개 학교들이 이번달 초 일주일 넘게 휴업령을 내려지기도 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들이 휴업보다 학교에 모여 있을 경우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고 휴업령을 반대했지만 엄마들의 입김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엄마들의 SNS 파워가 재차 확인된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렇게 강력한 SNS 파워를 가진 엄마들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백분활용한다.

대표적인 일례로 디즈니는 매년 이른바 '소셜 미디어 맘 기념행사'를 개최해 SNS 활용도가 높은 엄마들 75~200명을 디즈니랜드로 초청한다. 올해 5월 행사가 끝나자 트위터에 올라온 관련 트윗은 2만8500개에 달했고 인스타그램에도 4900개 게시물이 즉각 올라왔다. 또 디즈니 랜드의 각종 놀이기구를 타고 느낀 소감이나 평가를 올린 블로그 게시물도 88개였다. 초청된 엄마들의 트위터 팔로워는 평균 2만7000명으로 모두 합치면 50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막강한 마케팅 파워를 자랑한다.

게다가 온라인상에서 인지도가 높은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의 여행 계획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디즈니 소셜마케팅 고문인 마리아 베일리 컨설턴트는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에서 엄마들은 매년 3조2000억달러를 지출한다"며 "기업들은 이러한 맘마켓을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컴퓨터업체 휴렛팩커드는 가정용 프린터 홍보 웹사이트인 '마이프린틀리'에서 관련 게시물을 올릴 엄마 블로거 14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글로벌 대기업들처럼 엄마들의 SNS 파워를 활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정보 공유의 창으로 이용했더라면 무분별한 메르스 괴담까지 퍼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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