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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한국 멈춘 수출③] "글로벌 경기 살아나도 수출 예전만 못할 것"

"40년 중화학 주력하다 신흥국에 발목, IT도 추격권"
"중기 키우고, 산업 구조 조정 서둘러야"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민지형 기자, 이동희 기자 | 2015-05-23 17:12 송고 | 2015-06-01 16:40 최종수정
지난달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엔 환율이 장중 900원대 아래로 떨어진 898.7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달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엔 환율이 장중 900원대 아래로 떨어진 898.7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부는 엔저를 수출의 최대 걸림돌로 보지만 본질은 아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도 우리나라 수출은 예전같지 못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 대외 변수가 커 보이지만 문제는 내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끝나면 그때 우리 수출산업의 민낯이 보일 거라는 경고다.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 수출이 다소 늘어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회복이 과거처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데 이번 위기의 실체가 있다고 말한다.

◇수출, 쉽게 회복될 일 아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흔들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40년 동안 중화학공업에 주력하다가 신흥국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 IT(정보통신)에서 찾은 돌파구도 이미 다른 나라의 추격권에 놓였다.
안 교수는 "정부의 마지막 수혜였던 중화학육성책으로 (기업이) 먹고 살았고 이후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데 실패했다. 새로운 산업이 IT 하나다. 그것도 하드웨어, 반도체, 모바일폰 밖에 없는데, 이쪽이 부가가치가 좋았지만 추격이 빨라 경쟁력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세계경제가 회복해도 거기에 따라서 교역량이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나 브라질 같이 대규모 경제를 갖고 있는 이머징 국가들이 자체 자본을 축적해서 교역량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최근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 IT, 소프트웨어 쪽인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이라고 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같이 높은 수출증가세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출 둔화의 구조적 원인을 최소화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내수 부진을 수출로 메우는 과거와 같은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수 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임금상승 억제와 고환율 정책 등 내수억압형 수출촉진 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부분은 마땅히 방법이 없다"며 "장기적, 구조적 측면이 개선돼야 수출실적이 올라오지 이것이 없으면 세계 경제가 개선돼도 수출이 빨리 개선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중국 정부의 투자정책에 맞춰 수출을 늘려왔던 것에서 이제 소비쪽에 맞춰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1987년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사진은 1987년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 중기 경쟁력 키우는 일 실천이 중요

안 교수는 "대증적인 치료보다는 결국은 우리나라 산업시스템도 내수시장을 발굴하는 쪽으로 가야지 부의 형평성 쪽에서도 좋아지지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은 어느정도 지친 것이 아니냐"며 "수출을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1등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글로벌 경제의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기업이 새롭게 출현하려면 특정 분야에 편중된 육성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애초에 부품소재 쪽 경쟁력을 증대시켜야 하는데 중소기업 쪽의 경쟁력이 취약하다. 결국은 이쪽이 독자적으로 부품 산업을 만든 게 아니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쪽이라 다른 나라 시장을 뚫기가 쉽지가 않다"며 "만약 기술력이 좋은 중소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에 부품을 납품할 경우 한국 대기업이 다른 나라에 납품을 하느냐고 하면서 불이익을 줄 경우 그 회사는 존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단순한 동반성장과 또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많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책의 중심은 중소기업에 둬야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술수준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과 환율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변동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율이 본질은 아니다

수출에 최대 난관으로 지적되는 환율문제도 본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결국 환율보다 비가격적인 요인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수입구조가 바뀌면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이 줄고 있어 중국이 아닌 다른 상황의 시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져 수출 부진에 있어 환율 요인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원화 역시 크게 보면 계속 절상되는 추세고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추세가 전환될 가능성도 적어 환율은 계속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원화를 약세로 가져가서 엔저에 맞서자는 것은 단기적인 문제이고 후유증이 커서 그것 자체가 바람직하느냐는 논란이 있다"고 했다.

특히 고환율 정책의 효과와 별개로 시대적 환경이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수출기업의 이익이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엔고시대에 대기업이 수출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었지만 국민 삶의 질이 좋아졌느냐는 평가에서 부정적이다. 결국 수출을 증대시키려 원화를 약세로 가져가는 정책은 국민적 합의를 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수출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무역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정책을 모색할 시점"이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의 어려움도 같이 인내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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