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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한국 멈춘 수출①] 구원투수 '수출'의 패전..韓경제 발목

울산 용접재료 생산회사, 일본 수출 포기할 판
불황형 흑자..매뉴얼에 없는 새로운 위기

(세종·서울=뉴스1) 민지형 기자, 최경환 기자, 이동희 기자 | 2015-05-23 17:49 송고 | 2015-06-01 16:39 최종수정
 
 

#1. 울산에서 용접재료를 생산하는 A사는 최근 일본에 매출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회사설립 5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런 위기는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용접재료를 수출하는 A사의 매출액 800억원 중 일본 수출 비중은 20%가 넘는다.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일본 시장 수출은 중단할 작정이다.

#2. 전남에서 일본에 꼬막을 수출하는 B사는 2013년 4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만달러 실적에 그쳤다.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상황에서 중국업체가 들어오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기존 수출물량을 국내로 돌리며 미국과 호주로 수출거래선을 다변화했지만 상황이 어려워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3.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감소한 1조5880억원이다. 영업이익률(7.6%)도 2010년 4분기(6.7%)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20조9428억원)과 당기순이익(1조9833억원) 역시 각각 3.3%, 2.2% 줄었다.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수출제품의 수익성이 줄었든 탓이다.

한국경제의 구원투수, 수출이 주저 앉았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는다. 공산품도 농수산물도 다 어렵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우리 경제는 결국 수출로 일어섰다. 그러나 수출이 감소하면서 최근 저성장을 돌파할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황형 흑자…매뉴얼에 없는 위기

새삼 수출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우리 경제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패턴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한때 줄더라도 환율이 오르면서 다시 수출 호조국면이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기 극복의 동력이 수출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4월까지 수출 금액 누적치는 전년보다 4.3% 감소한 1797억86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지금은 수출이 줄어도 환율은 오르지 않는다. 수입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무역흑자액는 84억8800만 달러를 기록해 39개월째 흑자다. 전체 무역량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다.

여기에 일본, 유럽의 통화전쟁까지 더해져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경제위기 대응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기반이 흔들리는 와중에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서 외환당국도 딜레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9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892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부도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수요 둔화와 엔저심화, 유로화 약세 등이 지속되고 저임금으로 무장한 개도국들의 추격이 이어지는 등 최근 한국의 대외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다"며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 소비나 투자나 다른 경제 지표가 다 부진해도 수출이 활로가 되면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도 극복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일본, 유럽, 아세안은 물론이고 수출이 잘 되던 중국까지 성장률이 떨어져 우리나라가 대응하기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 News1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 News1


◇대기업도 중기도 동반 침체

앞선 수출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어렵다. 포스코·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LG화학 등 철강·조선·정유·화학 분야의 대표기업들에도 공통된 현상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은 2527조9450억원, 영업이익은 125조767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수출 경쟁력 감소로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수출 부진이 지속돼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KDI는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제 둔화 및 대외경쟁력 약화로 부진이 예상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난 4월 중 수출은 전월보다 부진한 전년동월대비 8.1% 감소를 기록했다. 반도체(7.5%)를 제외한 대부분 수출품목이 감소했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1797억86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3% 줄었다.

특히 올해 수출은 매월 감소세고 그 폭도 커지고 있다. 1월 수출은 -1.0%(전년동월대비), 2월 수출은 -3.3%, 3월 수출은 -4.3%, 4월 수출은 -8.1% 등을 기록했다. 수입 역시 감소폭이 큰 에너지자원을 제외해도 전월(-1.7%)보다 감소한 7.5% 감소를 기록하며 부진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수입 금액 역시 17.8% 줄어든 377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지역별로는 중국(-5.2%), 미국(-2.7%) 보다 유럽연합(-11.9%), 일본(-12.6%), 아세안(-19.8%)의 수출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엔저와 유로화 약세의 영향이 클수록 단가하락 효과가 증폭됐음을 시사한다.

1분기 지표로도 수출 부진은 확인된다. 1분기 수출은 지역별로 일본(-22.0%), EU(-21.1%), 동남아(-13.2%)에서 급감했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38.7%), 가전(-19.1%), 승용차(-10.0%), 디스플레이(-5.6%) 감소폭이 컸다. 저유가와 세계경제의 저성장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수출 효자 품목인 철강 업계도 올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25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4월 철강 수출은 전년보다 5.7% 감소한 108억3000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물량은 전년보다 1% 늘었지만 단가가 급락하면서 수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 중국이 내수부진 만회를 위해 잉여물량의 저가 수출에 집중하면서 국제 단가 하락을 압박한 영향이 컸다. 거기다 세계 4윌 철강수출국인 러시아 루블화 폭락으로 수출단가를 더욱 하락시켰다.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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