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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닫힌 통신업계 곳곳 '규제지뢰'…출구가 없다?

[통신서비스의 경제학④]수익성 '뚝뚝'... ICT생태계 통신역할 재조명 필요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5-04-01 15:02 송고 | 2015-04-01 18:58 최종수정

'IT강국 코리아'를 이끈 주역은 단연 통신사다. 84년 태동한 이동통신서비스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998년 1000만명, 1999년 2000만명, 2002년 3000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늘었다. 올 1월 기준으로 57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2009년말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신드롬'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부터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생태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통신사 주도의 산업 패러다임이 무너졌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업체가 급부상했다. ICT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국내 ICT생태계내 통신서비스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통신산업 진흥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애플발 지각변동..."ICT 생태계내 통신역할 재조명 필요" 

국내 통신 산업은 아이폰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네트워크 사업자로 위상이 막강했다. 벨소리, 전자메일, 게임 등 콘텐츠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제공했다. 이때만 해도 통신사가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앱스토어'라는 애플리케이션장터를 개설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콘텐츠나 플랫폼 산업이 급부상했다. 통신시장의 주도권이 애플, 구글 등 단말기, iSO, 앱스토어를 통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을 IT강국 대열에 올려놓은 통신사업자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익성도 둔화됐다. 국내 1위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24.3%에서 2009년 18%로 낮아졌고 2014년에는 13.4%로 떨어졌다. 

국내 1위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24.3%에서 2009년 18%로 낮아졌고 2014년에는 13.4%로 떨어졌다. 2015.03.31/뉴스1 © News1
국내 1위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24.3%에서 2009년 18%로 낮아졌고 2014년에는 13.4%로 떨어졌다. 2015.03.31/뉴스1 © News1


이종화 정보통신정책연구(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모바일 생태계가 형성된 이후에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사업자의 통제를 우회해 이용자와 직접 접촉하게 됐다"며 "통신사업자의 역할은 네트워크 제공사업자로서의 기능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통신사업자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통신은 인프라로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변화된 ICT생태계 환경에서 통신의 역할이 중요하며 통신을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통신사의 사업구조가 기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현 ICT산업 구조를 총망라하는 CPND(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 생태계에서 통신의 역할이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정보통신정책학회장)는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게 한참 뒤졌다가 따라잡게 된 비결은 바로 '생태계'였다"며 "당시 네트워크와 소비자접점을 가진 SK텔레콤이 삼성전자에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빨리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가 강했기에 디바이스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국내 ICT 생태계에서 통신사의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여타 산업 성장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ICT산업의 특성상 한국의 강점으로 꼽히는 통신서비스의 중요성은 더하다. 김형찬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은 "앞으로 5G,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고 공상과학영화같은 이야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통신사가 이 분야에 대해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03.31/뉴스1 © News1
2015.03.31/뉴스1 © News1


◇현실화된 IoT-5G 시대...통신역할 강화해야

사물인터넷(IoT)은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간 정보교환이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카, 스마트홈, 스마트도로, 지능형 가로등 등이 가능해진다. 5G 이동통신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현재 4G(LTE)의 최대 10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이통기술이다. 2020년 상용화될 전망이다.

IoT와 5G는 몇년전만 해도 업계 화두 수준이었지만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IoT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G도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네트워크 구축사업이다. 

통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수익 창출은 콘텐츠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트워크 회선당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발 망중립성 논란까지 뜨겁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가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차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업자에게 '오픈 인터넷'을 요구하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통신 환경이 다르다. 한국에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엄격히 규제받고 있다. 미국은 정보서비스 사업자로 분류된다.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은 CPND 모두를 갖추고 있고 각 해당 나라에서만 갖고 있는 게 바로 네트워크"라며 "미국이 자신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 국유화돼 있는 네트워크를 중립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트워크가 중립화되면 CPND 생태계를 못갖춘 나라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그 나라 재산을 마음대로 못쓴다는 얘기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의 헤게모니 인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향후 IoT, 5G 부문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선점해나가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투자도 단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파수 문제가 관건이다. 모바일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2년 1월 2만9748테라바이트(TB)였던 모바일트래픽은 올 1월 12만9672TB로 치솟았다. 특히 전체 트래픽의 86% 가량을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LTE 가입자는 3669만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5700만명의 64%에 달한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주파수는 통신업계에서 원료에 해당되는 중요한 생산요소다. 주파수가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며 "그래야 사업자들이 LTE를 계속할지 5G를 도입할지 등 사업을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 규제...혁신 가로막는 '장애물'

통신요금 인가제도 문제다. 요금인가제는 1위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1991년 도입된 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규제해 후발업체를 보호하고 유효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게 취지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요금인가제가 정부의 주장대로 요금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요금인가제가 요금인하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자율경쟁과 서비스 혁신을 막는 장애물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형찬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은 "네트워크의 서비스들이 다양해지면서 사업자들이 여러 가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 인가제가 막고 있다"며 "콘텐츠 요금과 네트워크 요금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 오히려 요금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혁신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데 인가제로 시간이 지연돼 비즈니스 전략 수입에 있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산업이 빠르게 돌아가는데 과거 규제의 틀에 갇혀 있으면 혁신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어 통신 요금 체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5.03.20/뉴스1 © News1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어 통신 요금 체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5.03.20/뉴스1 © News1

통신서비스가 음성에서 데이터 위주로 급변해 데이터 요금제에 대해서도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LTE가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요금 체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4G(LTE) 스마트폰 가입자당 트래픽은 3G 가입자의 3배가 넘는다. 

미래부도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개편하고 요금인가제도 폐지하는 방향으로 뜻은 같이 하고 있지만 현실화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종화 KISDI 실장은 "콘텐츠나 플랫폼 사업자가 개방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광고수입을 목적으로 무료 콘텐츠 제공하고 있어 네트워크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용량기반의 회선료뿐"이라며 "데이터 트래픽에 대해 종량제 요금이 도입돼야 통신사업자가 미래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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