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모바일산업 팽창시킨 스마트폰 '한달 이용가치는 얼마?"

[통신서비스의 경제학③]스마트폰 사용자 4100만명...소비자잉여 '요금의 3배'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5-04-01 08:10 송고
스마트폰으로 어린이집을 지켜보는 모습.  2015.3.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스마트폰으로 어린이집을 지켜보는 모습.  2015.3.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띠띠띠 띠띠띠~'.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30대 미혼 직장인 이경미(가명)씨는 스마트폰 알람을 끄면서 날씨예보 애플리케이션(앱)부터 확인했다. 낮기온 상승 예보를 보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근길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나선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열었다. 친구들이 공유해준 이런 저런 뉴스도 읽고, 재미난 동영상도 봤다. 그러다 내려야 하는 역을 깜빡 지나칠 뻔 했다.


회사에 도착한 이 씨는 스마트폰에서 거래처와 미팅 일정을 체크했다. 일정 한 켠에 대학 동창이 이번 주말 결혼을 한다는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당일 선약이 있던 이 씨는 대학친구들과 만든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들어가 결혼식에 어느 친구가 참석하는지를 바로 확인했다. 그 친구에게 축의금을 모바일뱅킹으로 보내며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동료와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다 인근 의류 매장 쇼윈도에서 마음에 드는 봄 니트를 발견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3만원이나 더 싼 곳이 있어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했다.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이 씨는 저녁을 먹으며 며칠전 야근하다 놓쳤던 드라마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했다. 침대에 누운 그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모바일게임을 잠시 하다가 스마트폰을 머리 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


요즘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PC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지만 스마트폰은 온종일 끼고 다닌다. 일반폰(피처폰) 시절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피처폰은 음성통화가 중요한 기능이었다면 스마트폰은 데이터통신이 중요한 기능이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11월 전세계 25개국 직장인 85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말 국내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불과 5년만의 변화다. 실제로 2009년말 80만명이던 스마트폰 이용자는 2010년말 722만명으로 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5077만명의 14%에 그쳤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이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한 2012년부터 스마트폰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11년말에 2258만명이던 스마트폰 이용자는 2012년말에 이르러 3273만명까지 증가하더니 올 2월말 현재 4106만명으로 늘었다. LTE 서비스가 스마트폰 이용률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한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4106만명 가운데 LTE 서비스 가입자가 372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는 인구보다 많은 5700만명에 이른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무선데이터 트래픽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2년 1월 2만3566테라바이트(TB)였던 무선트래픽은 올 1월 11만7686TB로 늘었다. 3년새 5배 껑충 뛰었다. 사용시간도 늘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음성통화를 제외한 하루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1시간17분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 1시간3분보다 14분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자와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관련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같은 SNS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쇼핑이나 뱅킹, 게임, 동영상, 음악, 길안내, 뉴스 등이 모바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들이 끊임없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어린이집에서 자녀들의 모습을 실시간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도 이미 상용화돼 있고, 집안의 전등을 집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켜고 끌 수도 있다. 외출시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도 조절가능하고, 심지어 자동차도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거는 기술까지 나왔다. 스마트폰 역할이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지고 있다.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일부 부작용을 제외하고 경제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 활동에서도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상을 바꾼 스마트폰이 소비자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를 수치로 분석한 연구는 없다. 통신분야 한 전문가는 "국내에선 스마트폰 요금을 단순 소비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스마트폰이 주는 이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자료-KISDI 

그나마 가장 최근의 연구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방송통신위원회에 2011년 12월 제출한 '통신비 개념 재정립 및 통신의 국민생활 편익 유발지수 개발'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KISDI는 표본으로 추출한 787명을 대상으로 두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해 금융, 엔터테인먼트, 교육, 정보, SNS, 위치서비스 등 각 세부 모바일 서비스 이용목적별로 실제 이용자들의 월평균 지불의사 금액을 계산했다. 이 금액을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 결과, 1인당 스마트폰으로 얻는 편익은 월 9만4864원으로 산출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스마트폰의 월 이용가치는 9만4864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는 한달에 어느 정도의 이동전화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일까. 통계청이 조사한 2011년 2분기 가구당 이동전화 지출은 10만9585원. 이를 가구원수 3.38명과 이동전화보급율 105.6%를 나눠 계산하면 1인당 월지출액은 '3만436원'이 나온다. 이 액수는 당시 이통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 3만2757원과 비슷하다. 다만 이통사 ARPU가 지출비용보다 약간 높게 나온 것은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고객까지 포함돼 있어서다.

결국 스마트폰 사용자는 실제로 내는 이동전화 요금보다 3.12배 많은 편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3.12배의 차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달에 6만4428원에 이른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해보면 77만3136원에 달한다. 1명의 소비자가 스마트폰 지출 대비 추가로 누리는 이득이 이만큼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를 경제용어로 '소비자 잉여'라고 부른다.

2011년 당시 스마트폰 사용자는 현재의 절반수준이다. 2011년에 비해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는 2배 가량 늘었고, 관련 모바일 서비스도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소비자 잉여'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ISDI의 연구 이후 스마트폰이 주는 편익에 대한 구체적인 정량 연구결과가 국내에선 아직까지는 없다"며 "급격한 스마트폰 이용증가 등 최근 추세를 반영한 조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곧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BCG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이런 가운데 구글이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만든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경제의 성장'(The Growth of the Global Mobile Internet Economy)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13개국에서 나라마다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 잉여' 수치를 담고 있다.

13개국의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사용자당 연간 소비자잉여 평균치는 4010달러(약 444만원)로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와 서비스 구매비용 556달러의 7배에 달하는 소비자 잉여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 잉여는 4400달러(약 488만원)로 평균치보다 10% 가량 많았다. 이는 호주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인 스마트폰 보급율과 함께, 사실상 전국민이 LTE를 이용할 수 있는 뛰어난 이동통신 인프라 덕분이라는 게 BCG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일상에서 얻는 편익이 큰 만큼, 우리나라도 통신비의 통계분류 체계와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비를 더이상 단순한 소비 차원의 비용으로만 봐선 안된다는 얘기다. 다른 통신 전문가는 "비용뿐 아니라 서비스 활용을 통한 혜택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다면, 소비자들이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이용해 사회 전체의 편익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up@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