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이통사 가입자월매출 10년째 제자리인데 '통신비 비싸다?'

[통신서비스의 경제학①]3년새 모바일트래픽 5배..."10년전 잣대로 통신비 비교"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5-03-27 18:46 송고 | 2015-04-20 06:43 최종수정

'가계통신비 절감'

정치인들이 선거때마다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단골메뉴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많으니 공약을 내걸면 단연 솔깃해 한다. 통신비를 줄여주겠다는 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통신요금 인하'는 왜 10년 넘게 정치권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을까. 사람들은 왜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하면서 사용량을 줄이거나 가입을 해지하지 않을까.

지난 10년간 이동전화 가입자는 줄기차게 늘어났다. 인구는 5000만명이 안되지만 이동전화 가입자는 570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PC는 필요할 때 사용하지만 휴대폰은 늘 옆에 끼고 다닌다. 늘 끼고 다녀서 '손안의 비서'라고도 칭한다. 그만큼 휴대폰은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들어 이제는 하나의 삶이 됐다. 

10년전 음성통화용으로만 사용됐던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진화되면서 이제 PC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쇼핑도 하고 뱅킹도 하고 뉴스도 보고 동영상도 감상한다. 회사 메일도 체크하고 내 건강도 관리한다. 신용카드도 빨아들이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자동차 시동도 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역할이 앞으로 상상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는 스마트폰.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10년전 잣대로 '통신비'를 규정하고 있다. 이제 시대에 맞게 '통신비'를 재조명할 시기가 됐다. PC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음성통화 위주인 일반폰(피처폰) 기준으로 통신비를 분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덕분에 이동하는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줄이는 시대"라며 "이제 이런 조건을 모두 감안한 통신서비스 지수를 만들어 통신비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통사 10년간 수익 '곤두박질' 주가도 '내리막'


2004~2014년 이통3사 가입자당월매출(ARPU) 추이를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이후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2006년 2G 때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통신전문가들은 LTE 확산으로 인한 짧은 반등효과일 뿐 다시 정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흔히 이통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로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을 든다. ARPU는 가입자 1명에게서 1개월간 벌어들이는 평균매출이다. 다시말해 소비자가 한달동안 음성전화, 문자, 데이터 등을 사용한 대가로 통신사에 지불하는 평균요금이다. 2004년~2014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10년간 ARPU를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2000년~2006년 ARPU는 4만원까지 치솟았다가 2007년을 기점으로 3만원대 초중반까지 내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화의 가격이 떨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시즌이 지난 옷은 세일에 들어가고 고작 한달쓴 제품이 '신상'에서 '중고'가격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같은 기능과 서비스에 머물러있는 한 이용대가는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ARPU가 줄어든 지난 10년간 통신속도는 눈부실 정도로 빨라졌고 기술도 고도화됐다.

ARPU가 4만원에 육박했던 2004~2006년은 음성통화가 중심이던 2세대(2G) 통신서비스 시기다. 당시 데이터 전송속도는 14.4킬로비피에스(Kbps)에 불과했다. '컬러링'을 겨우 내려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ARPU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2006년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하기 시작한 3G 통신이 시작됐고, 속도는 14.4메가비피에스(Mbps)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ARPU 최저점을 찍은 2012년에는 최대 150Mbps 속도를 내는 롱텀에볼루션(LTE) 시대가 열렸다. 2G에 비해 1만배 이상 빨라졌다.

빨라진 속도만큼 가입자와 데이터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 3600만여명이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2014년말 5700만명을 넘어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월단위 모바일 트래픽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1월 2만4000테라바이트(TB)였던 트래픽은 올 1월 11만8000TB까지 치솟았다. 3년만에 트래픽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2년 3월 2만7000테라바이트(TB)였던 트래픽은 2014년 12월 11만9000TB로 급증했다. 올 1월에도 11만8000TB수준으로 3년 만에 트래픽이 5배 가까이 폭증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전화 사용패턴이 빠르게 전환되면서 통신요금제도 쓴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에서 월정액 한도 내에서 쓰는 '부분 정액제'로 재편됐다. 지난해 4월에는 이 한도까지 없앤 무한요금제가 LTE요금제로 등장했다. 요금제 변화뿐 아니라 통신요금도 순차적으로 인하됐다. 2008년 문자요금 30% 인하, 2009년 가입비 30% 인하, 2011년 기본료 1000원 인하 등 꾸준히 요금이 내려갔다. 특히 2004년 3만~5만원에 달하던 이동전화 가입비는 2014년 7000원~1만원으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 아예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5700만명이 이동전화 가입자가 매월 사용하는 데이터량은 12만TB에 육박한다. 3G보다 10배, 2G보다 1만배 이상 빠른 현재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통사들은 해마다 수조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도 10년간 ARPU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이통사들은 가입자 늘리기로 수익성을 확보해왔지만 이제 이마저도 쉽지않다. 이동전화 가입자는 이미 인구수를 초과했기 때문에 서로 가입자 뺏기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통신사들의 주가가 10년동안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장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통신시장 규모가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인하를 압박하게 되면, 통신사들은 결국 투자비와 고용을 줄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통신산업을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2001년부터 2013년 SK텔레콤과 KT의 20개월 이동평균선. 2001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LG유플러스도 LTE 서비스 개시 이후 소폭 상향했으나 전반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린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농업보다 못한 이통사 투자수익율…"돈 못버는데 뭘로 투자하나"

이통사들은 현재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이통사의 최근 10년간 재무구조에 대해 홍철규 중앙대 교수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업자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매출액 1원당 잔여이익에 해당하는 러너인덱스(Lerner index) △투자수익률(ROI) 등을 이용해 분석했다.  

우선 이통사들은 2G 막바지였던 2006년까지 11조원에 달하는 EBITDA를 기록하다가 하락하기 시작해 2009년~2012년 8조원대로 떨어졌다. 2013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일부 회복하긴 했으나 여전히 2001년 수준에도 못미친다. 이통3사가 EBITDA로 얻는 이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26위에 그칠 정도로 부진한 형편이다.

매출 1원을 올릴 때 남기는 이익은 심지어 2007년 이후 마이너스대로 돌아섰다. 매출을 올리기는 하지만 잔여이익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투자수익률도 2005년 11.7%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2년~2013년 4%대로 주저앉았다. 농업·어업·임업(9.8%), 제조업(6.0%), 출판·영상·방송통신(5.4%), 과학·기술서비스업(4.9%)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익보다 비용이 큰 구조지만 통화품질 경쟁을 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 홍 교수는 "2008년도부터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 전체적으로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전문가는 "수익악화는 투자할 여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3G때 악화됐던 것이  LTE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로 조금 나아졌지만 이는 그간의 정체를 조금 끌어올린 정도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스마트폰 보급률이 60%를 넘어섰기 때문에 LTE로 인한 개선 효과는 곧 끝날 것"이라며 "통신사들의 고민과 재무구조 악화 상황이 엄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3사와 SK브로드밴드의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추이는 2006년까지 11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다 하락하기 시작, 2009~2012년 8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출처=홍철규 중앙대 교수의 논문 '우리나라 통신산업 재무상태와 시사점'(2014))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매출액 1원당 잔여이익에 해당하는 러너인덱스(Lerner index)는 2007년 이후 마이너스대로 돌아섰다. 매출을 올리기는 하지만 잔여이익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뜻이다. (출처=홍철규 중앙대 교수의 논문 '우리나라 통신산업 재무상태와 시사점'(2014))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데이터사용량 OECD 평균 5.5배…"에쿠스와 티코 연비 비교되나?"

실제로 이통사들의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한국이 OECD 이동통신비 1위'라는데 이통사의 재무구조는 왜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는 것일까. 

OECD는 국가별 통계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모아 통계를 산출한다. 그런데 국가별로 제출한 통계의 기준년도가 제각각이다. 일부 국가는 유선서비스 비용을 가계통신비에 포함하지 않기도 하고, 유·무선 비용을 구분하지 않고 통신비를 제출하는 국가도 있다. 이 때문에 OECD 통신요금 비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국가별로 통계 산출 방식이 다른데다, 음성통화와 데이터통화에 대한 구분도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OECD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데이터통신 사용량이 월등히 높아 다른 나라와 단순비교하게 되면 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OECD는 "한국은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월등히 높으며, 시스코가 발표한 국가별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 1.2기가바이트(GB)보다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데이터사용량은 OECD 27개국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458% 높다.

매출액 1원당 잔여이익에 해당하는 러너인덱스(Lerner index)는 2007년 이후 마이너스대로 돌아섰다. 매출을 올리기는 하지만 잔여이익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뜻이다. (출처=홍철규 중앙대 교수의 논문 '우리나라 통신산업 재무상태와 시사점'(2014))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한 통신 전문가는 "간단히 말해 통신비는 가격에 이용량을 곱한 값"이라며 "통신비 자체만 두고 단순 비교를 한다면 우리나라가 높은 게 맞지만 가격이 비싸서 높은 것인지, 가격과 이용량 모두 높은 것인지, 이용량이 많아서 높은 것인지 등은 또다른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용량을 기준으로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는 비싼 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이용자의 평균 음성·데이터 사용량과 비슷한 11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저렴한 편에 속한다. 특히 LTE 사용량이 유사한 호주, 스웨덴, 캐나다, 일본, 미국 등 5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요금은 3~4번째다. 국가별 물가와 구매력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시장환율이 아닌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결과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높은 도쿄, 뉴욕, 런던, 파리, 뒤셀도르프, 스톡홀름, 서울 등 7개 도시의 요금을 비교한 일본 총무성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요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을 제공하는 국내 통신사에 들이대는 요금 평가 잣대가 너무 인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혁신적 속도와 품질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란 인식이 부족하고, 통신요금을 단순 소비로만 인지해 네트워크 고도화를 유지해야 하는 통신사의 재무적 부담은 과소평가된다는 분석이다.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정보통신정책학회장)는 "에쿠스와 티코를 탈 때 드는 비용을 서로 비교한 뒤 에쿠스를 타면 돈이 많이 든다고 평가하는 건 곤란하다"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또 "사람이 단백질을 먹으면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고 하지만 사람 몸에 지방이 하나도 없으면 그 사람은 죽는다"며 "어느 정도 지방이 있어야 이를 태우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통신사가 확보해야 할 적정 이익이 바로 지방"이라며 "지방을 싹 빼버리려 한다면 통신사는 투자할 여력을 아예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8년~1991년만 해도 이동통신이 잘 터지지 않던 나라였다"며 "처음 우리가 코드분할다원접속(CDMA) 방식의 통신을 상용화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나라가 무모하다고 했지만, 모험을 강행했고 성공했으며 그 이후로도 3G, LTE 등 망에서는 줄곧 앞서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통신은 서비스 뿐 아니라 '인프라'"라며 "항만, 공항, 철도처럼 인프라는 생산성을 올리는 수단이자 트래픽이 지나다니는 도로인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통신 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5G 등 앞으로의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이용자의 평균 음성·데이터 사용량과 비슷한 국가들과 요금을 비교한 코리아인덱스(위쪽)와 일본 총무성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모두 저렴한 국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리아인덱스와 일본 총무성은 저렴한 순으로 요금 통계 순위를 매긴다. © News1



hkmaeng@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