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군사독재와 유사…궁극적으론 韓 민주주의 강화"-카네기재단
"윤, 절박함·위기 드러내…필사적 권력남용 내지 비민주적 충동 시사"
"한국인, 민주주의 후퇴 용납 안해…문민통제·제도적 회복력 보여줘"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의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군사독재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한국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CEIP는 3일(현지시간) 다르시 드로트베자레스 아시아프로그램 펠로가 작성한 "한국에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이 논평은 4일 오전 4시 30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계엄 해제를 확정하기 전에 공개됐다.
드로트베자레스는 계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로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법과 국가 미래에 대한 수많은 의문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드로트베자레스는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근간인 정당, 대중 집회, 노동조합 등에 대한 제한을 가하는 계엄 포고령을 발표했다"며 "포고령은 모든 언론을 군 통제 아래 놓았다"고 적었다.
드로트베자레스는 이어 "윤 대통령의 오산이 그 행정부의 위기와 여당 내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의 깊이를 드러낸다"고 지적하며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는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 그리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내의 경쟁자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뇌물 수수에서 이해충돌까지 김건희 여사와 내각 관료를 둘러싼 수많은 스캔들과 수사에 직면해 있다며 "민주적 제도를 건너뛰려는 이러한 시도는 필사적인 권력 남용 또는 중대한 비민주적 충동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드로트베자레스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계엄령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고 윤 대통령이 제한하려 했던 시민 자유를 억압했다"며 과거 한국의 군사 독재 시대와 계엄 선포가 유사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문민 통제가 확립됐다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거론한 "야권 내 북한 동조자 의혹"이 "20세기 중반 군사 독재 정권이 사용했던 계엄령의 정당성, 즉 북한과의 전쟁과 한국 내 간첩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드로트베자레스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2016년~2017년 촛불 시위를 언급하며 "지난 30년간 한국인들은 민주주의 후퇴를 용납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학생 단체부터 종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민 사회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드로트베자레스는 "정치권과 시민 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고려할 때, 이번 위기는 궁극적으로 문민통제를 재확인하고 제도적 회복력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향후 며칠은 격동의 시기가 될 수 있으며, 군 지도부와 윤 정부가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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