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은 의사가 서류는 AI가…캐나다 의료계의 새로운 조력자 등장[통신One]

AI 도입으로 진료실 효율성 향상, 의료진 업무 부담 감소
환자와의 대화 기록 자동화로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 기대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줄 '인공지능 필기자(AI Medical Scribe)'의 도입이 의료계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4.11.27/<출처: Health Tech World 홈페이지>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반 필기자(AI Medical Scribe)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며, 의료 현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의료진과 환자 간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요약하여 전자 건강 기록(EHR)에 자동 입력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문서 작업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뉴브런즈윅주 프레더릭턴에서 가정의로 활동 중인 윌 스티미스트 박사는 최근 AI 필기자를 도입했다. 그는 "이전에는 진료 후에도 많은 시간을 서류 작업에 투자해야 했지만, AI 덕분에 하루 30분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그 결과 추가로 세 명의 환자를 더 진료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뉴브런즈윅주에서는 약 9만2000명이 주치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AI 필기자의 효율성은 의료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타리오와 앨버타주에서는 AI 필기자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온타리오 의료협회는 AI 기술이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덜어주고 환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 평가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최근 "환자를 서류보다 우선시한다"는 캠페인을 통해 AI 도구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앨버타에서도 초기 도입 사례가 늘어나며, 환자 데이터 정리 및 분석 속도 개선으로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초기 평가에 따르면, AI 필기자는 특히 복잡한 환자 사례에서 세부 정보를 빠짐없이 기록해 의료진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는 환자의 진료 이력이 명확해져 다른 의료진과의 협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필기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료진은 비언어적 신호나 환자의 정서적 표현을 AI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록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의료진이 이를 추가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AI 필기자 도입에는 월 100~400달러(약 10만~40만 원)의 비용이 들며, 특히 중소형 병원에서는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병원의 장기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진 간에도 이 기술의 도입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가정의는 "AI 기술 덕분에 환자와의 대화에 더 많은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라며, 기술이 환자 중심 진료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가 의료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기술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AI 필기자가 장기적으로는 의료 연구 및 데이터 분석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 데이터를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방법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필기자가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 미칠 장기적 영향과 기술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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