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에 대인 지뢰 승인…'한반도 외 지뢰 확산 금지' 번복
우크라이나 영토 내·인구 밀집 지역 제외 조건으로 비지속형 지뢰 제공
바이든 행정부, 퇴임 전 우크라 지원 박차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를 제공하는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2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한해 인구 밀집 지역에 지뢰를 배치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한 관계자는 대인 지뢰의 종류가 '비지속형'이라고 설명했다. 비지속형 지뢰는 스스로 자폭하거나 배터리가 닳게 되면 며칠에서 몇 주 안에 비활성화돼 민간인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른 한 관리는 "러시아는 사상자 수와 관계없이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 지뢰는 바로 이 문제에 맞서 싸우기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제공되고 있는 다른 군수품들과 함께 사용될 경우보다 효과적인 방어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위험이 높은 대인 지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을 꺼려왔다. 2022년에는 미국의 대인 지뢰를 한반도 외부로 이전 및 사용을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다시금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장의 기세가 점차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동시에 미국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바이든은 퇴임 전 대인 지뢰 확산 금지 원칙을 번복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7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 (ATACMS) 사용을 허가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교리(독트린) 개정을 승인하며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은 더욱 강화됐다.
인권 운동가들은 지뢰 금지 조약 서명국인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를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위기·분쟁·군수국 부국장 메리 웨어햄은 "이건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사태"라며 비지속형 지뢰라도 민간인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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