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지쳤다…"러-우, 그만해라" 트럼프 평화협상 지지국 확대
우크라 지지 국가들도 '러 승전 막기 위해 인적·경제적 비용 감수해야'
평화 협상 후 美가 빠져나간 지원 공백, 유럽이 메꿔야…정치적 부담 커져
- 권진영 기자,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선거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을 추진하자 유럽 내에서도 갈등의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두고 트럼프 캠프와 유럽 간 이견이 줄어든 것은 6개월 전과 비교해도 급격한 반전이라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 지도자들은 신속한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두려워했다.
여전히 독일·폴란드·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발트해와 스칸디나비아 연안 국가들은 유럽이 필요로 하는 한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단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삭감할 경우, 유럽이 군용품·자금·인도 지원 등 공백을 메꿀 수 있을지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헝가리는 오랫동안 유럽이 전쟁을 신속히 종식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전략을 따라 태세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전략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수석 고문들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거듭 좌절하며 곧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더 지지하는 국가 중 일부도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가 인적·경제적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아예 러시아가 승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내주더라도 독립은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교관들은 전쟁을 빨리 종식하는 것이 이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합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지 불투명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내민 요구를 덥석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 변화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도 러시아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뤄졌다. 이날만 해도 러시아는 이른 아침,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120여 발과 무인기 90대를 발사해 3개 주요 지역의 전력 시설을 파괴하려 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 공습이 유럽에서 평화 협정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커지는 것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으로 보인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을 추켜세우고 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슬로건이 러시아가 평화를 이루도록 강제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에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그는 지난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 대해서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다"며 유럽 정상과의 통화로 러시아의 고립이 약화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재무장하고 새로운 침략을 꾸밀 시간을 벌어주는 일시 휴전은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몇 주간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무기와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이 불확실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지, 그리고 푸틴 대통령이 선의의 협상에 임할 것인지다. 어찌 됐든 기존 바이든 행정부식의 시간 끌기 접근에서는 크게 벗어날 것이라는 것이 고문들의 공통 견해다.
만약 평화 협상이 체결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무기를 받아들이는 대신 향후 20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할 수도 있다.
유럽 관리들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NATO에서 제외될 경우, 추후 러시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충분한 군사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유럽 고위 외교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를 제공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지리적으로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휴전선을 감시하도록 유럽 내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정은 유럽 내 핵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정치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내몰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향후 전쟁을 재개할 경우, 미국이 개입하거나 지원하겠다는 약속 없이 이런 조처가 취해진다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회유가 아닌 힘에 의한 평화가 필요하다"며 "전 세계는 우리가 무력 외에는 어떤 언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절대 악을 상대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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