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 노조, 파업 연장…"연금계획 불포함 계약 거부"
"사측, 노조에 35% 임금인상 제안했으나 연금 내용 포함 안 돼"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항공우주 기업 보잉의 근로자들이 사측의 계약 제안을 거부하면서 파업이 6주째 이어지고 있다.
보잉 노조는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제 기계·항공우주 노조 751지구 조합원들의 64%가 사측의 계약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보잉의 계약 제안에는 35%의 임금 인상안이 포함돼 있었지만 노조원들이 요구했던 연금 계획은 복원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13일부터 보잉 공장 근로자 약 3만3000명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보잉 737 맥스와 보잉 777을 조립하는 워싱턴주 시애틀 공장 2곳의 조업도 중단됐다.
보잉 근로자들은 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미국에서 물가가 높기로 악명이 높은 시애틀 인근 지역에서 생활할 여유가 없다고 토로하며 4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왔다.
존 홀든 보잉 노조 시애틀지부장은 "우리는 10년간 희생해 왔지만 조속히 협상을 재개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것이 직장 민주주의이며 회사가 매년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나타난 일"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최근 노조와의 협상 타결을 낙관했으나, 노조가 강경하게 나오면서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새 최고경영자(CEO) 켈리 오트버그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는 회사에 도움이 되고 직원들의 요구도 충족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지난 3분기 62억 달러(약 8조56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보고했으며 그 원인으로 방위·우주 사업부의 부진과 함께 파업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꼽았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파업으로 인해 보잉이 한 달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보잉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유동성 강화를 위해 보잉은 최대 15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주식 발행 시기나 투자 유치 수단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파업 이전에도 보잉은 지난 1월 알래스카 항공의 737 맥스 기종이 비행 중 문짝 패널이 뜯겨나가 비상 착륙한 사건을 계기로 상업용 항공기 제조 사업부의 생산 속도를 늦췄다.
보잉은 2018년과 2019년 총 346명의 목숨을 앗아간 2건의 73 맥스 추락 사고와 관련해서도 미 항공 안전 당국의 엄격한 규제 감독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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