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동상이몽' 트럼프 부부…멜라니아 "정부 개입이나 압력 없어야"

8일 출판 회고록 통해 남편과 이민·임신중지권 두고 입장차 밝혀
트럼프 "각 주정부가 결정해야"…멜라니아 "문화적 낙인 제거돼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주자(좌)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참석했다. 2024.07.18/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임신중지 정책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영국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오는 8일 미국에서 출판 예정인 멜라니아의 회고록 사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멜라니아는 책을 통해 "여성이 정부의 개입이나 압력 없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왜 다른 사람이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하냐"고 항변하며 "여성이 원할 경우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권이자 생명권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지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멜라니아는 성인이 된 후로 이런 믿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거의 표출한 적이 없다. 그랬던 그가 대선이 한 달가량 남은 시점에서 임신 중지권에 부정적인 공화당의 기조와 확고히 어긋나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연방 차원의 임신 중지 금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연방 차원의 임신 중지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실제로 (의회에서 그런 법안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임신중지는 "유권자들의 의지에 따라 주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강간·근친상간·산모 생명 보호를 위한 임신중지 예외 조항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초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전국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지지했다. 또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대법원을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해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이 나온 데 영향을 미친 장본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임신중지 시술의 90% 이상은 임신 13주 또는 그 이전에 발생한다. 임신 21주 또는 그 이후에 발생하는 사례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한편 멜라니아는 임신 중지뿐만 아니라 일부 이민 정책을 놓고도 남편과 의견이 상충했다고 털어놨다.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미국의 첫 번째 이민자 출신 영부인이다.

그는 "남편과 가끔 정치적 의견 불일치가 생기는 것은 저희 관계의 일부이지만, 나는 공개적으로 그에게 도전하기보다는 사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며 생식권 운동가들과의 연대를 표명했다.

멜라니아는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내 몸은 내가 선택한다)'는 슬로건은 일반적으로 여성 운동과 임신중지 찬성파와 관련이 있다"며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는 양쪽 모두에 적용된다. 즉, 여성이 자신의 몸과 관련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권리, 여기에는 생명을 선택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임신 중지와 관련된 문화적 낙인은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lkwon@news1.kr